여름의 시작점에서 보내는 소식지

by 손서영

오늘은 모처럼 쉬는 날이다. 이런 저런 일들로 항상 하루에 몇 가지씩 스케줄이 있는 날은 쉬어도 아주 감질맛 나게 쉬는데, 오늘같이 할 일이 아무것도 없는 날은 아주 푹 제대로 쉬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이 생긴다. 아침 할 일을 다하고 종일 누워있을 요량으로 들어누웠는데, 나도 모르게 일어나서 글을 쓰고 있었다. 아마도 나의 아이들 이야기를 누군가와 나눈다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즐겁고 힐링이 되는 일인가보다. 그래서 이렇게 기쁜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듯 글을 쓰고 있는 것 같다.

산책을 가서 귤복이는 내 주위에서 머문다. 내가 잘 따라오는지 확인하는 귤복이가 나는 안타깝다. 점점 행동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요즘이다.


여러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아이들마다 다양한 개성을 가진 것을 알 수 있다. 귤복이의 경우는 너무 착해서 자신은 마치 이빨이 없는 아이인 것처럼 행동을 한다. 다른 아이들이 공격을 해도 자신을 지키기위해 같이 덤비는 아이 쪽이 전혀 아니다. 내가 달려가서 구해줄 때까지 울고만 있는 아이다. 그러다 보니 귤복이는 점점 자신감을 잃어갔고 나는 그런 귤복이가 안타까워 특단의 조치를 취하게 됐다. 바로 귤복이에게 목줄을 하고 어디든 데리고 다니는 것이었다. 귤복이는 내가 채워주는 목줄을 좋아했다. 아무래도 안심이 되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귤복이와 한몸처럼 생활을 하다보니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닐 수 없었지만 귤복이는 조금씩 옛날의 개구쟁이 귤복이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한 달만에 목줄을 풀어주자 자기가 알아서 나만 쫒아다니며 잘 지내게 되었다. 지금도 내가 외출을 하거나 출근을 하면 엄마에게 맡기고 가야하지만 많이 좋아졌다. 이렇게 아이들은 하나하나 그에 맞는 보살핌이 필요하다. 다른 아이들에게 목줄을 하고 이리저리 끌고 다니면 답답해서 못견딜텐데 귤복이는 그걸 좋아하니 아이들이 얼마나 서로 다른지 알 수 있다. 엄마는 귤복이가 다 좋은데 철이 좀 없는 것 같다고 하셨는데 나는 다시 철없는 개구쟁이로 돌아온 귤복이가 반갑고 좋다. 지금처럼 철없이 이리뛰고 저리뛰고 이것저것 엎어놓고 다녔으면 좋겠다.

귤복이는 실물이 사진보다 훨씬 이쁜 아이이다. 보통 항상 정신없이 다녀서 심령사진만 찍히다가 오랜만에 가만히 있어서 찍었다.


여러 아이들을 키우면 어쩔수 없이 가장 좋아하는 아이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나도 아이들에게 똑같이 평등하게 대하는 것을 철칙으로 가지고 있지만 내 마음 속에 남몰래 간직한 최애 아이들이 있다. 이렇게 나의 사랑을 몰래 받고 있는 아이들 중에 얼룩이와 하울이가 중성화 수술을 하였다. 정말 이 아이들은 새끼 한번 낳아 보고 싶었지만 그건 내가 세상에서 제일 적대시 하는 행동 중에 하나이므로 두 눈 질끈 감고 수술을 해주었다.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기에는 이미 태어난 생명이 너무 많기에 차라리 차가운 세상에 내던져진 아이들을 데려오는 것이 새끼를 낳게 하는 것보다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머리 속으로는 알지만 그 분홍색 배를 가를 때에는 너무 마음이 아파 손이 떨렸다. 중성화 수술은 꼭 해주어야 한다고 강하게 보호자들을 설득할 때에도 나는 보호자가 망설이는 그 마음을 너무 잘 이해한다. 그래도 중성화 수술이 잘 끝나고 자유롭게 지내는 아이들을 보면 해주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사랑, 얼룩이와 하울이도 무사히 수술을 끝내고 잘 회복하고 있다.

수술받은 두 아이가 서로를 의지한채 잠이 들어 있다. 나는 너무 얌전하고 조신한 얼룩이와 하울이가 너무 좋다.


연복이는 완전 리틀 소복이다. 어쩜 그렇게 소복이랑 하는 짓이 똑같은지 깜짝깜짝 놀랄때가 많다. 중요한건 둘이 서로 전혀 안친하다는 것이다. 소복이가 일방적으로 연복이를 싫어한다. 근데 연복이는 소복이가 하는 짓을 보고 따라하는 건지 원래부터 악동 유전자가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아주 골 때리는 짓을 많이 한다. 내가 신발을 잠깐 벗고 의자에 앉아있으면 그 조금만 녀석이 신발을 영차영차 물고 밖에다가 던져놓는다. 신발을 신으려고 하면 없어져서 보통 성가신게 아니다. 그리고 내가 걸어다닐 때 소복이는 자주 내 바지가랑이를 잡고 늘어질 때가 있다. 근데 연복이는 한술 더 떠서 점프를 해서 내 바지를 물고 떨어지는 바람에 바지가 벗겨질 때가 있지를 않나, 바지만 물어야 하는데 내 살까지 물어서 엄청 아프게 하지를 않나 암튼 말썽이 보통이 아니다. 그러고는 무척 신이 난다는 표정을 하고 있으니 혼도 잘 내지를 못하게 하는 아주 요물 중에 요물이다. 리틀 소복이여도 좋으니 그저 소복이처럼 건강하게만 자라달라고 바랄뿐이다.

이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데 그 누가 혼을 낼수 있겠는가. 나는 그저 저 미소에 심장이 녹아내릴 뿐이다.


애들이 전부 내 주위에서 눈을 꼭 감고 자고 있다. 바둑이만 낮은 소리로 자꾸 짖어서 다가가서 진정하라고 쓰다듬어 주었다. 내가 있어야 안심하고 푹 자는 아이들과 아이들이 있어야 그제서야 마음이 놓여 편안하게 자는 나는 정말 서로 잘 만난 가족이다. 서로를 한눈에 알아보고 이렇게 모여서 가족이 된 것 같다. 나는 남들과 조금은 다른 가족을 가지고 있지만 남들 못지않게 나는 내 가족이 소중하고 귀중하다. 지금 나와 함께하고 있는 아이들과 부모님이 오래오래 나와 함께하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한낮에 평화롭게 잠이 든 모습을 아빠가 찍어주셨다. 눈복이는 어찌알고 또 카메라를 응시한다. 눈치빠른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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