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연일 폭염을 기록하며 기온은 자꾸만 높아져 간다. 입추를 지나서 조금은 선선해 지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더위는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나의 아이들은 둘로 나뉘어 한 무리는 부엌으로, 한 무리는 내 방으로 모여들어 에어컨에 기대어 지내고 있다. 내방에 있는 에어컨은 연식을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래된 것이다. 대체 저 에어컨은 언제부터 달려있었던 것인지 추측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작동은 되어주니 고맙기 그지없다. 새로 바꾸고 싶어도 아이들이 너무 많아서 일하시는 분을 모시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연식을 알지 못하는 오래된 물건들이 아직도 그 본분을 지켜나간다. 그들에게 그만 쉬라고 놓아주어야 할 것 같지만 새로 바꾸려면 역시나 일하시는 분들이 오셔야 하니 그냥 쓰고 있는 것이 참 많다.
최근에 꽃복이의 만행이 줄을 이었다. 아이들을 때리고 괴롭히고 물고 하는 일이 빈번해지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꽃복이에게 목줄을 달 수밖에 없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완전한 자유를 주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을 때 너무 마음이 아프다. 꽃복이도 꽃처럼 이뻐서 데리고 왔는데 이렇게 내 마음을 몰라주니 그저 야속하기만 하다. 꽃복이가 전복이를 심하게 물어서 전복이가 요즘 산책을 안하고 있다. 다행히 큰 상처는 없었지만 마음에 상처를 입은 듯 해서 참 가슴이 아프다. 그걸 생각하면 꽃복이가 자유를 박탈당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여겨진다. 그래도 내 속이 상하는건 어쩔수가 없다. 천하를 호령하던 꽃복이의 최후가 씁쓸할 뿐이다.
연복이가 너무 작아서 나는 연복이가 그저 아기같기만 한데 지난 달에 생리를 시작했다. 보호소에서 데리고 오는 애들은 나이를 알 수 없어 중성화 수술 시기를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유선종양 예방은 첫 생리 이전(99.5%)에 수술해 주는 것이 가장 좋지만 두 번째 생리 전(92%)에 해주어도 효과는 있다. 나는 생리가 끝나고 한달이 되었을 때 서둘러 수술을 진행하였다. 연복이의 작은 배를 가르고 수술을 할 때 정말 너무 미안하고 아플까봐 걱정이 됐는데 나의 씩씩한 연복이는 마취에서도 잘 깨어나고 움직임도 좋았다. 다음날 벌써 배가 안아픈지 산책에 따라 나서는걸 내가 안고 산책을 시켰다. 잘못하면 수술부위가 터질 수 있어서 수술 후에는 안정시켜주고 운동을 자제해야 한다. 하지만 나의 연복이는 그런 주의사항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신나게 돌아다녔다. 난 언제나 밝은 연복이가 너무 마음에 들었지만 이번 만큼은 쫒아다니며 안아주느라 진땀 좀 뺐다. 가둬두면 되지만 아시다시피 나는 애들의 자유를 박탈하는 걸 끔찍이 싫어해서 가둬둘 수가 없었다. 연복이는 이제 수술 부위가 다 아물어서 예전의 말썽꾸러기로 돌아와 있다. 무사히 수술을 이겨내준 연복이가 너무 고맙고 대견하다.
나의 똥손 미용 사진이 드디어 일을 냈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 1시간 거리에 계시는 독자분이 미용봉사를 와주신 것이다! 그 분에 손을 거치자 거지꼴을 하고 있던 나의 아이들이 도시의 반려견 못지않게 멋지게 바뀌었다. 게다가 손이 얼마나 빠르신지 애들이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르기 전에 후딱 미용을 마치셨다. 나도 아이들도 모두 감동한 순간이었다. 우리 동네에 미용실이 하나 있기는 한데 저번에 한번 동복이를 맡겼다가 상처가 나서 돌아온 뒤부터는 다시 안보네고 있다. 대신 내가 다니는 병원 미용실에 동복이와 다복이를 맡기고 있다. 그 둘은 거의 두달에 한번씩 미용을 해주고 있다. 근데 그 미용실을 가려면 차로 1시간 거리라서 차를 못타는 애들은 데려가기가 쉽지 않다. 저번에 하울이를 데려갔다가 하울이가 구토를 하고 힘들어해서 못데려 가고 있었다가 내 손에 의해 변을 당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귀한 분이 오셔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셨다. 오전 9시 반쯤 오셔서 점심시간 전까지 해복이, 달복이, 별복이, 하울이를 해주시고 바람같이 떠나셨다. 너무 감사한 마음이 지금까지도 가슴에 남아 이 글을 빌려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그 분 덕에 무척이나 더웠던 이 여름을 아이들이 무사히 날 수 있었던 것 같다.
산들이는 나와 많이 친해졌다. 처음에는 엄마인 산이만 나에게 곁을 내주고 딸인 들이는 낚시줄 장난만 치고 내가 만질려고 하면 하악거리면서 산이에게로 쪼르르 달려가곤 했다. 그런데 이제는 산이보다 들이가 더 애교를 부린다. 산들이는 이제껏 내가 키웠던 고양이들에 비해 애교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내가 들어가면 나에게 와서 한바탕 쓰다듬을 받고 간다. 얼굴을 부비거나 나에게 몸을 비비적거리지 않지만 이상하게 배는 잘 보여준다. 배를 만져주면 골골거리다가 느닷없이 뒷발차기를 하고 도망가 버리지만 암튼 배는 잘 보여준다. 그런 산들이가 나는 뭐가 좋은지 매일 아침 저녁으로 방청소며 화장실 청소를 해주고 캔도 이것저것 사먹이고 고양이 캔디까지 사다가 조공을 바친다. 생선이며 캔이며 이지가지 챙겨다 주면 그걸 맛있게 먹는 모습이 왜이리 좋은지 그 모습이 또 보고 싶어 또 결재를 하는 나를 보게 된다. 고양이는 요물이라더니 단단히 그 매력에 빠진 것 같다.
요즘 날씨가 너무 덥다. 연일 폭염이 계속되고 있어 낮에는 정말 밖에 나가기가 무서울 정도이다. 이런 날씨에 바깥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이 너무 고생하지 않고 무사히 잘 견뎌내기를 기도할 따름이다. 전세계적으로 기후가 엉망이다. 나는 이 모든 원인이 환경오염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미 오염되어 버린 지구를 어떻게 되돌릴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더 이상 오염되지 않도록 할 수는 있다. 아주 간단한 일부터 시작해보려고 한다. 일회용품 안 쓰기부터 분리수거 잘하기 등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보려고 한다. 모쪼록 이런 노력이 모여 이 지구가 덜 아파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