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슬픈 소식으로 시작해서 기쁜 소식으로 끝나는 글이다. 언제나 슬픈 소식을 전할 때에는 그 일이 일어났던 당시로 되돌아 가야 해서 마음이 참 힘들다. 내가 너무 사랑하던 귤복이가 2달 전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 당시 우리집에는 울타리가 없었고 귤복이는 모두가 낮잠을 즐기고 있는 사이에 우리 집을 홀로 벗어났다. 나는 귤복이가 마당에 나가서 놀고 있는 줄 알고 있었는데 어느 분이 귤복이의 이름표를 보고 전화를 주셨다. 밖으로 뛰어나가보니 귤복이는 이미 숨을 쉬고 있지 않았고, 우리 가족은 황망하게 떠난 귤복이를 잊지 못해 여러날을 힘들어 했다. 한달이 지나도 귤복이와의 이별을 부정하는 나를 보고 엄마는 귤복이와 같은 ‘브리타니 스파니엘’을 입양하는게 어떠냐고 하셨다. 나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엄마가 먼저 말씀을 꺼내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몰랐다.
물론 떠나간 아이를 대신하기 위해 새로운 개를 들이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 새로운 개가 이전에 자신이 키웠던 아이와 너무도 다르면 왠지 정을 주기 힘들어 하시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떠나간 아이와 건강한 이별을 하고 나서 새로운 마음으로 새 가족을 맞이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애도의 시간을 충분히 가진 뒤에 신중하게 입양을 결정할 것을 권한다. 그리고 ‘브리타니 스파니엘’은 기르기 쉬운 종은 아니다. 아이들은 조금 산만하고 조금 크며 조금 말썽을 부린다. 브리타니를 키우며 이 종이 지금처럼 계속 흔하지 않은 종이길 바란적도 있다. 파양이 될 가능성이 높은 편에 속하는 견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브리타니 스파니엘’을 또 입양하기로 결정한 것은 순전히 귤복이의 말썽 뒤에 숨겨진 진짜 브리타니의 매력에 빠졌기 때문이다. 브리타니는 사랑스럽고 쾌활하며 굉장히 친화적이다.
포인핸드를 통해 알아보니 브리타니를 데려올 수 있는 그나마 가까운 지역은 완주였다. 완주에 있는 갈색 브리타니를 보고 바로 데리고 와야 겠다는 생각이 든 것도 완주를 택한 이유였다. 그렇게 전화를 걸어보고 알게 된 것은 그 곳에 갈색 브리타니 외에 검정색 브리타니가 또 있다는 것이었다. 갈색 브리타니는 보호소에서 지내고 있고 검정색 브리타니는 5마리의 새끼를 낳고 어느 집에 임보되어 있었다. 그리고 검정색 브리타니의 이름은 ‘화음’이였으며 5마리의 새끼들은 ‘도,레,미,파,솔’이라고 했다. 다행히 ‘도,레,미,파,솔’은 입양을 갔는데 화음이만 입양이 결정되지 않았으며 지금 심장사상충에 감염되어 있다고 했다. 아무래도 심장사상충에 감염되어 있으며 그 치료비가 만만치 않아서 입양을 꺼려하신다고 했다.
너무도 친절하신 봉사자분은 나에게 이런 사연들을 차분히 말씀해주셨고 나는 갈색 브리타니인지 화음이인지를 결정하면 되는 것이었다. 나는 이럴 때 심각한 결정장애를 겪는다. 운명을 결정짓는 일을 어떻게 쉽게 할 수 있을까. 나는 며칠을 고심한 끝에 둘다 데리고 오기로 결정하였다. 그리고 갈색 브리타니의 이름을 ‘화음’이와 어울리는 ‘리듬’이라고 지어 주었다. 그렇게 화음이와 리듬이는 우리 집에 입성하게 된 것이다.
화음이와 리듬이를 데리고 오기로 한 날, 아빠는 운전을 해주시기로 하셨다. 내가 혼자 애들을 데리고 운전하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어서 아빠가 운전을 해주시고 나는 뒤에서 화음이와 리듬이를 안정시키고 달래며 집으로 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완주 보호소에 다 달았을 때 타이어가 펑크가 나는 사고가 있었다. 다행히 아무도 다치지는 않았지만 완주 보호소 소장님이 화음이와 리듬이를 우리 차가 있는 곳까지 데려다 주셨고 우리는 타이어를 고치고 무사히 집으로 귀가할 수 있었다. 먼저 입양을 하자고 말씀해주신 엄마도, 기꺼이 운전을 해주신 아빠도, 우리가 있는 곳까지 친절히 아이들을 데려다주신 소장님도 너무 감사할 따름이었다. 나는 무척 복이 많은 사람인 것 같다.
귤복이의 사고로 우리 집을 모두 두르는 울타리 공사를 했다. 4일에 걸쳐서 공사를 하면서도 미리 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가 나를 짓눌렀다. 하지만 나의 귤복이는 천사가 되어 화음이와 리듬을 나에게 데려다 주었다. 귤복이가 아니었다면 화음이와 리듬이와는 어떤 인연도 없었을 것이다. 아직도 귤복이가 너무 그립다. 귤복이는 나에게 특별하고 내가 가장 사랑했던 아이였다. 그런 귤복이를 화음이와 리듬이를 보며 매일 떠올린다. 그렇게 나의 귤복이는 언제까지고 내 곁에 있다.
*2탄에서는 리듬이와 화음이의 본격 적응기가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