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에 맞춰 화음을 넣어봐요 (2탄)

by 손서영

전에도 얘기했듯이 나는 새로 입양을 하게 되면 적응 기간을 3달로 보고 그때까지는 어떠한 교육도 시키지 않고 기다려준다. 그런 나와 인내심 대결을 펼친 건 리듬이이다. 우리 집 아이들은 대부분 실외 배변, 배뇨를 한다. 자유롭게 바깥출입이 가능하다보니 아이들은 수시로 나갔다 들어왔다하며 알아서 밖에서 볼일을 보았다. 간혹 실내에 실수를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화장실 습관이 잘 되어 있었다. 그런 우리집에 실내에서만 배변, 배뇨를 하는 리듬이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리듬이는 실외에서 배변 배뇨를 잘 하지 않고 겁이 많아서 내가 데리고 나가지 않으면 밖에 출입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화장실 교육이 전혀 되어 있지 않았는지 아무 곳에나 배뇨와 배변을 하였다. 나는 끈질기게 오줌과 변을 치웠다. 그렇게 2달 정도가 지나자 갑자기 어느 날부터 기적처럼 패드에 배뇨를 하기 시작했다. 배변은 아직 복불복이지만 배뇨는 꽤 잘 가리고 있다. 이렇게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어둠이 걷히는 날이 온다. 그러니 다른 분들도 포기하지 말고 조금만 더 반려동물에게 시간과 믿음, 사랑을 줘보길 권하는 바이다.


KakaoTalk_20210829_181942503.jpg 온 가족이 연못 청소를 한 날, 리듬이가 들어와서 진흙을 잔뜩 뭍히고 개선장군처럼 내 방에 들어와 있다. 얼마나 신나하는지 표정이 말해준다.


처음에 리듬이와 화음이를 함께 데려올 때에는 둘이 친구처럼 지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귤복이가 조금은 외롭게 보내기도 했었기에 그 부분을 신경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모든 일이 내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는 법. 리듬이는 화음이를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였지만 화음이는 리듬이를 질색팔색하였다. 친구는커녕 싸우지만 않아도 성공일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되면서 리듬이는 특유의 착한 성품과 친화적인 성격 탓에 친구가 많아졌다. 그 중에 단짝은 깜순이였다. 깜순이는 리듬이 덕분에 무척 밝아지고 명랑해져서 나는 리듬이에게 무척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되었다. 리듬이는 깜순이 말고도 얼룩이, 하울이, 별복이, 전복이, 후복이와 무척 친하게 지냈다. 그러던 어느날 리듬이가 화음이에게 다시 장난을 걸었고 화음이가 이에 응답을 하며 서로 친해지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깜순이까지 셋이 단짝이 되어 누구보다 즐겁게 지내고 있다. 우리집은 다른 집에 비해 친구들이 많아서 친구랑 노는 아이일수록 우리집의 진가를 발현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화음이와 리듬이는 우리집에서 아주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KakaoTalk_20210829_182229085.jpg 장난꾸러기 리듬이가 온갖걸 가지고 장난을 치다가 인형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 리듬이 덕분에 아주 남어나는 물건이 없다. 귀여운 사고뭉치다.


화음이는 산책을 무척 좋아하고 밖에 나오는 걸 즐기는 편이다. 그에 비해 리듬이는 방안에서는 세상 자신감 넘치고 항상 친구들하고 실컷 떠들고 장난치지만 밖에 나가면 왠지 긴장되어 보인다. 그런 리듬이에게 내 곁에 있으면 바깥도 안전하다는 걸 알게해줘야 했다. 그래서 끊임없이 데리고 나오고 있다. 근데 어느날 산책을 따라나오던 리듬이가 화음이랑 같이 산책로를 벗어나는 일이 있었다. 우리집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모두 내 뒤를 쫓아 산책로로 줄지어 다니는데 화음이와 리듬이가 없어진 것이다. 화음이는 곧 내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지만 리듬이는 찾는데 애를 먹었다. 그 뒤로 리듬이는 목줄을 하고 산책을 다니고 있다. 리듬이가 답답해하지만 리듬이를 또 잃을 수는 없는 일이라 어쩔수 없이 목줄 산책을 하고 있다.


KakaoTalk_20210829_181959361.jpg 화음이가 자기 집에 들어가서 쉬고 있다. 얼마나 자기 집을 좋아하는지 방에만 들어오면 일단 집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온다. 너무 다행이다.


처음 리듬이와 화음이를 데리고 왔을 때 3일간 거실 옆 방에 격리되어 있었고 합사한 뒤에는 화장실 앞에 둘이 자리를 잡았다. 처음에는 그곳에 방석이 3개 깔려있었다. 그런데 리듬이는 한번도 부드러운 곳에서 자본 적이 없는 것처럼 방석을 피해 바닥에 누워서 잤고 화음이는 방석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었다. 결국 누더기가 되어버린 방석을 버리고 그냥 맨 바닥에서 지낼 수 밖에 없었다. 리듬이는 전혀 불편함이 없어 보였는데 화음이는 뭔가 안정이 안되어 보였다. 그런 화음이가 안타까워 폭풍 검색을 해보니 플라스틱으로된 집이 있었다. 일단 그걸 주문하고 후원으로 들어온 방석 중에 가장 튼튼해보이는 걸 찾아서 그 집속에 넣어주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화음이는 그 집을 무척 좋아했고 다행히 다른 애들은 큰 관심을 안보였다. 자연스럽게 화음이의 집이 된 그곳을 화음이는 애정하였고 그곳에서 잠도 자고 쉬기도 하면서 안정을 찾아갔다. 비록 방석은 조금씩 형태를 잃어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씩씩하게 버텨주고 있다.


KakaoTalk_20210910_123025505.jpg 이 글을 쓰기가 무섭게 방석이 사망하였다. 여기저기 흩날리는 솜조각은 언제나 그렇듯 나의 몫이다.


이렇게 말썽도 많이 부리고 서로 맞춰나가는데 시간이 걸렸지만 지금은 아주 잘 적응하고 지내고 있다. 리듬이는 여전히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고 화음이는 리듬이 덕에 심심하지 않게 지낸다. 화음이가 리듬이보다 더 내 껌딱지라서 내가 출근을 하면 밖에 대문 앞에서 꼼짝도 하지않아 애를 먹었는데 지금은 내가 출근 복장을 하고 나오면 따라 나서지 않고 집에서 잘 기다려준다. 어쩜 이렇게 애들이 나의 걱정을 알아서 덜어주는지 기특하기만 하다. 리듬이와 화음이는 이제 나에게 더없이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항상 나를 온몸으로 반겨주고 나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화음이와 리듬이를 언제까지나 사랑하고 끝까지 곁을 지켜줄 것이다.


KakaoTalk_20210908_145918736.jpg 내 사랑 화음이와 리듬이가 같이 있는 귀한 사진이다. 만나면 장난치기 바빠서 제대로 된 사진을 건지기가 어렵다. 너무 애정하는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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