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 파티

by 손서영

명절때가 되면 나는 늘 혼자 남겨진다. 부모님은 오빠네가 있는 서울로 떠나시고 나는 일주일 정도의 기간 동안 혼자서 지내게 된다. 우리 오빠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최고의 효자 아들이지만 워낙 바빠서 시골까지 내려오지 못한다. 그런 오빠를 배려해서 부모님이 서울로 올라가신다. 나도 그 대열에 합류하고 싶지만 아이들 때문에 그러질 못한다. 혼자 보내는 명절은 때론 외롭고 때론 서글프기도 하지만 나에겐 가족이 엄마, 아빠, 오빠만 있는게 아니라 30마리의 아이들도 나의 가족이기에 금새 힘이 난다. 그래도 조카들은 조금 보고싶기는 하다.


KakaoTalk_20210919_171411740.jpg 리듬이와 깜순이는 정말 죽고 못사는 친구다. 매일 꽁냥꽁냥 서로를 바라보며 지낸다. 나도 저런 친구가 있었으면 싶다.


부모님을 배웅하고 돌아설 때는 쓸쓸하지만 나는 또 힘을 내어 아이들을 보고 웃어본다. 이 천둥벌거숭이 같은 아이들은 내가 있는게 마냥 좋은지 또 서로 장난치면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닌다. 사실 아이들을 단도리 해놓고 이웃집에 애들을 부탁하고 갈 수도 있지만, 왠지 명절에 아이들만 놔두는게 차마 안된다. 애들은 명절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쓸쓸하게 명절을 보내게 하기 싫다. 서울가면 갖은 먹거리들이 즐비하겠지만 나는 애써 모른척 고개를 돌린다.


KakaoTalk_20210919_171650058.jpg 소복이가 자기 발이 간지러운지 앙앙거리며 코를 찌부러트리고 있다. 나는 왜 코가 찌부러지는 소복이의 얼굴이 그렇게 귀여운지 모르겠다.


그런 나의 노고를 아이들은 전혀 모르는 것 같다. 오늘 아침 새벽부터 유난히 짖어대서 혼을 내고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쓰고 좀 더 자고 일어났더니 거실과 화장실에 똥파티를 벌여놨다. 내가 화가 나서 치우면서 개수를 세어보니 20여개의 똥을 치웠다. 밖에 나가서 잘만 싸던 놈들이 무슨 벨이 꼬였는지 죄다 집안에 싸놨다. 허리도 못 피고 이 놈들의 흔적을 치우고 났더니 삭신이 쑤신다. 오늘 얻은 교훈은 애들이 일어나라는 시간에 재깍재깍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오늘 그걸 무시했다가 무시무시한 똥 폭탄을 맞은 것 같다.

KakaoTalk_20210919_173256962.jpg 진료를 보러 나가며 내방 앞에 있는 문을 닫고 갔더니 애들이 전부 문앞에 앉아서 문을 열라고 아우성이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엽다.


아침 할 일을 끝내고 잠시 숨을 돌리고 있는데 전화 한 통이 왔다. 이웃 주민분이 셨는데, 개들끼리 싸우다가 한 마리가 살이 찢어졌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아이를 데리고 오시라고 하고 소독할 솜과 봉합할 거리를 준비해서 나갔다. 상처는 다행히 그리 깊지 않아서 2땀 정도 봉합을 하였다. 아이가 잘 참아주어서 무사히 처치가 끝났다. 그런데 가시기 전에 쇼핑백을 내미셨다. 나는 괜찮다고 사양했지만 그 안에는 국산 참기름과 직접 만든 약식 그리고 부침개가 들어있었다. 어찌나 감사하든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들을 선물로 주시니 정말 고마웠다. 그 선물 보따리를 들고 들어와 후라이 팬에 기름을 두르고 부침개를 노릇노릇 구웠다. 왠지 요번 추석은 더 이상 외롭지 않게 느껴졌다.

KakaoTalk_20210919_171303432.jpg 산이가 중성화 수술을 하고 배에 붕대를 감고 있다. 붕대를 뜯어낼까 걱정했는데 아주 얌전히 있어주었다.


산이가 드디어 중성화 수술을 하였다. 요며칠 발정이 시작될 것 같은 조짐이 보여서 바로 수술을 진행하였다. 아직 데리고 온지 얼마 안되서 좀 더 안정되고 하고 싶었는데 자꾸 우는 소리를 내는게 수상쩍어서 수술을 감행했다. 수술은 잘 끝났고 수술부위도 깨끗하게 아물었는데 문제는 산이가 나를 좀 멀리하는 것 같았다. 내가 들어와도 별로 반기지도 않고 만져주면 다른데로 가버리곤 했다. 산이에게 수술이 스트레스였던 것 같아서 너무 미안하고 안쓰러웠다. 아무리 산이 귀에 대고 미주알 고주알 미안하다고 너를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해도 전혀 듣는 기색이 없더니 수술한지 보름이 지나자 슬슬 다시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지금은 완전 다시 개냥이로 돌아갔지만 한참 애를 끓었었다.

KakaoTalk_20210919_171321552.jpg 나에게는 냉정하기 그지없으면서 들이는 살뜰하게 챙긴다. 그 모습이 샘이 나서 가자미눈으로 째려보며 사진을 찍었다.


즐거운 한가위다. 물론 코로나 때문에 마냥 즐거울 수는 없지만 연휴 동안에는 이런 저런 것들 다 잊고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나는 이래저래 밀렸던 일들을 하루에 한가지씩 해나갈려고 한다. 집안 청소도 좀 하고, 산들이 방도 좀 꾸며주고, 강의 준비도 하면서 지낼까 한다. 여행도 못가고 가족과 함께하지도 못하지만 나는 씩씩하고 행복하게 지내려고 한다. 아마 나의 아이들이 전혀 심심하지 않게 해줄게 분명하다. 그럼 이제 아이들 밥해주러 가야 겠다. 추석이니깐 특식을 해줘야 겠다. 모든 분들도 맛난거 많이 드시고 즐거운 추석 연휴가 되시길 진심으로 기원하는 바이다.

KakaoTalk_20210919_171725286.jpg 편백이가 산책나갔다가 기분이 좋아졌는지 온몸으로 춤을 추고 있다. 다들 이번 추석때 편백이 기분처럼 즐겁게 보내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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