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관련된 업무를 오래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자신의 마음을 지키는 것이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동물과 가까이에서 일을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동물은 언제나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존재이지만 나는 모든 동물을 구할 수 없는 한없이 유한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나의 한계를 인정하는 시험대에 오르는 것에 익숙해지려 노력한다.
[독자분이 보내주신 옷을 하울이가 입었다. 보들보들 부드러운 감이 좋은지 편안한 표정이다. 정말 감사드린다.]
그래도 항상 이런 정신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 한없는 죄책감에 빠져들기도 하고, 왜 동물들에게 이렇게 가혹하냐고 신께 원망을 해보기도 한다. 내가 하고 싶지만 도저히 하지 못하는 일이 있을 때, 예를 들면 너무 가엾은 아이를 더 이상 입양하지 못할 때 하는 한가지 방법이 있다. 그건 내가 동물들을 위해 실천하는 일 중에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을 하나 늘리는 것이다. 내가 동물을 위해 하는 일은 동물 복지 인증 제품을 소비하는 것, 보호자들에게 펫샵의 나쁜 점을 설명하는 것,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봉사하는 것, 사육곰을 위해 일하는 것, 입양한 나의 아이들을 더 소중히 보살피는 것 등이 있다. 그중 내가 더 늘릴 수 있는 일은 고기 섭취를 조금 더 줄여보는 것, 유기동물 보호소에 소량의 기부를 하는 것 등이 있다.
[사육곰 FREE라고 사료와 땅콩을 이용해서 적어보았다. 그런 날이 오기위해 부단히 노력중이다.]
[동물에 대한 예의]에 저자 이소정은 이런 말을 했다. ‘고기 없는 식탁을 차리는 한 번의 노력이, 동물 복지 제품을 소비하는 한 번의 관심이, 동물을 돈으로 사지 않는 한 번의 결정이 변화시킬 수 있는 일들의 가치 또한 소중히 여겨졌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모든 사람들이 나처럼 동물에 인생을 바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한가지씩 늘리는 것, 또는 지금 실천하고 있는 것을 꾸준히 지켜오는 것들이 소중히 여겨졌으면 좋겠다.
[우리 리듬이는 나에게 오고 미모포텐이 터지고 있다. 하루하루 이뻐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입양을 해보신 분은 내 기분을 알것이다.]
그것이 가진 힘은 절대 작지 않다. 나는 내가 실질적으로 한 개체에 힘을 실어주지 못하거나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못할 때 많은 심리적인 압박감을 느끼지만 그럴 때 나는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지려고 노력한다. 내가 이 아이는 돕지 못해도 다른 아이를 도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내가 유기동물을 못 도와줘도 농장동물이나 실험동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 내가 동물을 못 도와줘도 환경을 지켜서 힘이 되줄 수 있는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런 생각들이 모여서 작은 습관을 만들게 되고 그런 습관들이 모여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사육곰의 식사를 다양하게 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겨울에는 에너지를 보완해줄 고구마를 잔뜩 넣고 사과와 브로컬리, 토마토, 땅콩 등을 준비했다.]
언젠가 엄마가 이런 말을 했다. “동물을 돕는 삶은 하루도 마음이 편할 날이 없는 삶인 것 같다”고 말이다. 맞는 말씀이시다. 비가 오면 비가 와서 걱정, 눈이 오면 눈이 와서 걱정, 하루도 휴가를 갈 수 없는 삶. 그래도 나는 이런 삶에서 걱정보다는 보람을, 죄책감보다는 사랑을 느끼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믿음이 필요하다.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분명 이 사회는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저번주에 마린이가 드디어 중성화 수술을 하였다. 마취가 풀리는 중인데 자기한테 왜 이러는 거냐고 눈으로 말하고 있다.]
며칠전 내가 후원을 독려하였던 [시온쉼터] 소장님께서 연락을 주셨다. 소액후원을 시작하셨다고 한다. 요즘 여러 가지로 생각이 많아지던 찰라에 반가운 소식이었다. 나는 소액이지만 정기후원을 하기로 하였다.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시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그저 커피 한잔의 값이지만 그걸 훨씬 값진 일에 쓸 수 있다는 건 오히려 후원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시온 쉼터만 홍보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운영을 믿을 수 있게 하는 단체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형견을 맡아주시는 소장님께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든다. 또한 1회성에 그치지 않고 부담없는 소액으로 그 아이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무척 반가운 기회라 여러분에게 알리고자 한다. 부디 오해없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보너스 컷: 비가 오는 날 성탄이가 집에 안들어오고 마당에서 놀더니 저런 모습으로 나타났다. 성탄이는 사진찍고 바로 나한테 잡혀서 욕실로 직행했다. 말썽을 부려도 귀여워 죽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