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정말 여름 날씨같이 더웠다. 모처럼 일정이 없는 날이라 엄마와 함께 장을 보러 나갔다. 우리 집은 산속이라 좀 쌀쌀해서 긴팔을 입고 나갔는데 읍은 더워서 아주 혼났다. 장보기를 마치고 점심을 먹고 부랴부랴 집에 돌아와 아이들과 함께 놀다가 아주 오랜만에 꿈같이 달콤한 낮잠도 늘어지게 잤다.
홀에 예전에 아빠가 쓰시던 작은 침대가 있는데 요즘에는 애들이 사용하고 있다. 애들이 정말 좋아하는 침대인데 정말 이상하게도 자꾸 거기에 오줌을 싼다. 침대 위에 방수가 되는 전기장판을 깔고 그 위에 이불을 깔아주는데 이불을 진짜 자주 갈아줘야 한다. 애들도 누가 오줌을 싼 자리는 싫은지 피해서 눕는다. 정말 왜 그러는 건지 속상하다. 새 이불을 깔아주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애들이 너도나도 올라가서 자리를 잡는다. 근데 돌아서면 또 오줌을 싸놓으니 정말 너무 슬프다. 문제행동교정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만두가 드디어 집에 입성했다. 너무 겁이 많아서 우리 애들이 무섭다며 한사코 집에 가는 걸 거부했는데 병원에서만 지내는 생활이 점점 무료했는지 갑자기 문제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손님한테 너무 심하게 놀아달라는 신호로 깨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만두를 천신만고 끝에 집에 데리고 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너무 힘들어하더니 지금은 잘 적응하고 있다. 잘때는 내 옆 침대 밑에서 자고 아침 산책 같이 하고 같이 출근하고 같이 퇴근하고 같이 저녁먹고 장난치다 자고... 문제 행동이 아직 다 사라지진 않았지만 많이 좋아졌다. 만두는 분명 잘 해낼거라고 믿는다.
요즘 책 출판 작업을 하고 있다. 목표는 6월 말에 출간하는 것으로 하고 있는데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요즘 병원도 많이 바쁘고 애들도 소홀히 할 수 없어서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열심히 고군분투 하고 있는데... 잘 되겠지...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병원이 좀 바빠져서 수술해주시는 선생님을 주1회 모셔왔는데, 그 선생님이 너무 좋으셔서 주2회로 늘릴 계획을 하고 있다. 그럼 좀 더 많은 환자를 볼 수 있고 나도 좀 여유로워질 수 있을 것 같아서 추진 중인데 이 또한 잘 될거라 생각하고 있다.
지금 시골에서는 길고양이 TNR 사업과 마당개 중성화 사업이 한창이다. 정말 좋은 일이다. 아무리 피곤해도 수술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실수 없이 정확하게 하고 있다. 아이들 아프지 않게 진통제도 꼼꼼하게 챙기고 덧나지 않게 항생제도 잊지않고 챙긴다. 동물병원을 하면서 이런 순간이 참 뿌듯하다. 또 아팠던 애들이 진료를 보고 다 나았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면서 얼마나 기분이 좋아지는지 모른다. 애들을 고쳐주기 위해서 공부하고 또 공부하게 되는 것 같다. 애들을 고쳐줄 수만 있다면 뭘 못하겠는가...
책 출간도 하고 수의사 선생님도 주2회 와주시면 좀 더 자주 인사를 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빨리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예전처럼 자주는 못하겠지만 지금보다는 자주 인사드리고 애들 안부도 전해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