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서영 Nov 16. 2017

3번을 파양 당한 우리 집 푸딩이

동물과 함께하는 삶

우리 집에는 푸딩이라는 말썽꾸러기이자 거짓말쟁이인 귀염둥이 푸들이 한 마리 있다. 푸들이라고는 하지만 머리가 크고 털도 직모인 부분이 많은 것으로 보아 ‘말푸’라고 불리는 말티즈와 푸들 사이의 잡종견이다. 하지만 이런 외모 덕분에 하는 짓이 전부 말썽 이어도 우스꽝스럽게 비쳐서 언제나 혼이 나는 것을 모면하곤 한다.

  

[푸딩이와 서울에 살던 시절, 푸딩이 미용은 비숑 프리제 헤어스타일을 추구했었다. 하지만 시골로 이사온 뒤로는 이런 헤어스타일과 굿바이해야 했다.]


푸딩이의 사연도 우리 집의 다른 개들과 같이 구구절절하다. 내가 서울대 대학원에 있던 시절, 엄마 친구분의 지인이 개를 한 마리 입양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보호소 중에 시설이 가장 열악한 곳을 찾아가 푸딩이를 데리고 나왔다. 하지만 결과는 암담했다. 엄마 친구분의 지인이 더 이상 키울 수 없다고 하여 파양을 당하고 엄마 친구분의 집으로 다시 입양되었으나 다시 파양을 당한 것이다. 그래서 결국 우리 집에 오게 되었으니 그 짧은 시간 동안 집을 3번이나 옮긴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엄마도 푸딩이를 감당할 수 없다며 나에게 데리고 온 것이다(당시 나는 자취생활을 하고 있었다). 나는 무거운 마음을 안고 푸딩이를 맞이했으나 푸딩이는 전혀 구김이 없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나에게 냉큼 안기는 것이 아닌가. 그때 이 녀석의 진짜 성격을 짐작했어야 했다.  


대부분의 집개들은 지속적으로 유아적 의존성을 보이는데, 이 의존성이야말로 주인에 대한 충성심의 실질적인 근원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의존성이 지나칠 경우에는 또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런 개들이 자신의 주인을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사람들도 모두 다 따른다는 점이다! 이처럼 지나치게 어리광을 떨고 의존적인 개는 모든 사람에게 ‘삼촌’이라고 부르며 낯선 사람한테도 지나칠 정도로 매우 친근하게 구는, 귀여움을 받고자 하는 응석받이 아이와 비교할 수 있다.   


[마당에 내놓았더니 실컷 놀고 와서 집에 들어가고 싶다고 창밖에서 시위 중이다. 푸딩이는 영리한 개에 속해서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전달하곤 한다.]          

                                                                                        

서울에서 살던 시절, 한 번은 푸딩이와 숑이를 데리고 교외로 놀러 간 적이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출출해진 우리 가족은 고깃집에 들려서 고기를 먹고 그 식당 부근의 공터에서 개들을 산책시키기 위해 차에서 내려주었다. 그러자 푸딩이가 쏜살같이 고깃집을 향해서 뛰어가 버렸다. 나는 몹시 놀라서 부리나케 푸딩이의 뒤를 쫓아 고깃집으로 들어갔는데 글쎄 푸딩이가 어떤 가족끼리 온 손님들 틈에 끼여서 고기를 받아먹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하마터면 남의 집 개인 줄 알고 못 찾을 뻔한 것이다.


시골로 이사 온 뒤에 푸딩이는 걸핏하면 바로 앞에 있는 휴양림으로 놀러 나갔다. 작은 개들은 나와 동행하지 않는 이상 집 밖으로 나가지 않기 때문에 울타리가 쳐진 집에서 자유롭게 풀어놓고 키우는데 유독 푸딩이만은 이런 암묵적인 약속을 깨는 일이 빈번하였다. 어느 날 또 푸딩이가 없어진 것을 알고 찾으러 나간 나는 관광객들 틈에 끼여서 같이 관광을 하고 있는 푸딩이를 발견하기도 하였으며, 어떤 날은 관광객들과 같이 벤치에 앉아있다가 내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는 마치 자신을 차로 픽업하기로 한 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차에 올라타는 일도 허다하다 (물론 푸딩이는 인식표와 외장형 칩을 하고 있다).  


[푸딩이는 500평 남짓한 집 정원에서 노는 것도 모자라 울타리 사이로 작은 몸을 비집고 나가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고양이처럼 높은 곳에도 잘 올라가고 낮은 곳도 잘 빠져나가는 통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푸딩이를 키우면서 많은 부분에서 왜 파양을 당할 수밖에 없었는지 알 수 있었다. 푸딩이는 많이 짖어대는 개에 속했으며 고양이처럼 못 올라가는 곳이 없어서 식탁이나 싱크대에 나둔 음식을 감쪽같이 먹어 치우고 시치미를 떼고 있기 일쑤이다. 또한 배변훈련도 되어있지 않았다. 보통 보호소에서는 케이지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배변훈련이 안되어 있는 상태로 입양이 된다. 하지만 생후 6개월이 지난 후에는 훈련을 시키기 매우 어려운 상태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유기견을 입양하는 보호자들은 여러모로 애로사항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사랑과 인내심으로 극복해 나가는 것 또한 입양견을 키우는 보람이다.


[유난히 이불속을 좋아하는 푸딩이. 언제나 자신만의 공간을 이불속에 만들고 고개만 빼꼼히 내어놓는다. 그 모습을 보면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푸딩이는 단점보다 장점이 많은 아이이다. 특유의 유쾌한 성격 탓에 기분이 좋을 때면 푸딩이만의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기도 하고, 유난히 이불속을 좋아하여 깜찍한 포즈로 가족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코믹하게 생긴 얼굴도, 산책할 때 흔들어대는 통통한 엉덩이도 푸딩이의 매력 중에 하나이다. 사람도 자신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곳에 가야 인정받는 것처럼 푸딩이도 많은 집을 돌고 돌아 자신의 매력을 알아봐 주는 집을 찾게 된 것이다.

                                                                                 

유난히 따듯한 오늘, 모든 아이들은 덥다며 바닥에 누워있는데, 푸딩이만 슈퍼맨 로고가 그려진 티를 입고 그것도 모자라서 이불속에 들어가 있다. 정말 유별나고 특별한 아이임에 틀림없다. 나는 그리고 우리 가족은 이런 푸딩이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바램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을 그만 쫓아다니고 우리 집에서 여생을 보냈으면 하는 것이다. 모두가 외면한 푸딩이었지만 나에게는 단 하나뿐이 소중한 내 아이이기 때문이다.

                                                                                                   

[푸딩이가 좋아하는 옷을 빨아서 말리고 있다. 슈퍼맨티 안에는 기모 재질로 되어 있어 푸딩이가 가장 좋아하는 옷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안락사 문턱에서 나에게로 온 숑숑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