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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서영 Dec 30. 2017

사랑스러운 개냥이 삼총사

로드킬로 어미 잃은 3남매 고양이

나는 우리 집에서 조금 떨어진 숲 속에 길냥이들 밥을 주고 있다. 차를 타고 3-4분쯤 가는 거리이다. 인가가 없어 길냥이들에게 밥을 주어도 주민과 마찰이 없다. 길냥이들은 우리 집 앞 휴양림의 쓰레기를 뒤지며 살아가는 아이들이다.


날씨가 화창한 날이었다. 그날도 길냥이들에게 밥과 깨끗한 물을 주기 위해 집을 나섰다. 그런데 도로 한복판에 내가 밥 주는 아이 중에 하나였던 하얀 길냥이가 로드킬을 당해있었다. 나는 차에서 내려 그 고양이를 안아서 근처 풀 숲에 놓아두었다. 아마 밤길에 휴양림으로 향하다 변을 당한 듯하였다.


삼총사 중 가장 활달한 복복이. 가장 먼저 나의 손길을 받아준 것도, 내 침대에 올라온 것도 다 이 녀석이 먼저였다. 아이들의 경계심을 풀어주는데 한 몫 단단히 한 녀석이다.


무거운 마음으로 남은 길냥이들을 챙기기 위해 급식소로 향했다. 그런데 급식소 주변에 어미를 꼭 닮은 새하얀 아기 고양이들이 목놓아 울고 있는 것이었다. ‘아기들이 있었구나. 그래서 그 밤에 먹이를 구하러 간 거였구나.’ 나는 그제야 참아왔던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졌다. 새끼 고양이는 모두 3마리였다. 나는 상자에 그 작은 녀석들을 담아서 집으로 데리고 왔다.


그렇게 나는 하얀 길냥이를 대신해 그 아이들의 엄마가 되었다. 잘 키우겠다는 인사도 잊지 않고 하고 온 터라 최선을 다해서 새끼 고양이를 잘 돌봐야 했다. 다행히 3 녀석 전부 영양상태는 나빠 보이지 않았으며 외견상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복복이만 앞발에 누군가에게 물린 상처가 있었지만 약을 바르면 금방 괜찮아질 정도였다. 단지 사람을 경계하여 하악질과 작은 발톱으로 나를 무참히 공격을 해대는 것 외에는 괜찮았다. 나는 조금 안 괜찮았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생각했다. 하루아침에 엄마를 잃었고 갑자기 환경이 바뀌었으니 많이 혼란스럽고 무서웠을 것이다.


어렷을 적에는 거의 냉장고 위에서 살다시피 하였다. 집 안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 안전하다고 느끼는 모양이다.


나는 부모님이 사는 집 옆에 있는 작은 집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일단 개들의 공격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나의 집에서 키우기로 하였다. 그렇게 나와 3남매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이름은 복자 돌림이다. 남자아이는 복돌이, 여자아이는 복복이와 복순이. 이름이 촌스러워야 오래 산다고 한다.


나의 팔과 손에 훈장처럼 새겨진 상처를 뒤로한 채 우리 삼총사는 개냥이들이 되었다. 어딜 가나 졸졸졸 쫓아다니고 조금만 틈만 보이면 거부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야옹거리며 엉겨 붙는다. 나에겐 손이 두 개뿐이라 3마리를 상대하기 버거웠다. 책을 보면 책 위에 들어 눕기,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면 키보드를 발고 다니며 손수 글쓰기 등 시연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나를 꼼짝 못 하게 만들었다. 애들의 지칠 줄 모르는 애정공세에 어떤 일도 할 수 없게 된 나는 결단을 내리게 되었다. 바로 산책냥이로 길들이는 것이다. 문 밖으로는 전혀 나가지 않고 창틀에만 매달려 쳐다보기만 하는 아이들을 밖으로 유인하는데 무진 애를 먹기는 하였으나, 일단 나가고 나자 그다음부터는 조금씩 수월해졌다.


숨은 고양이 찾기. 나무 위에 올라가는 것을 좋아해서 집 안에 마련해둔 캣타워는 무용지물이다. 나무에 비하면 그건 너무 유치한 장난감인 모양이다. 이제 복복이와 복순이를 찾아보자.


처음엔 밖에 나가 경계만 하던 녀석들이 풀이니 꽃이니 나무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나비를 잡으러 서로 뛰어다니며 신나게 놀기 시작하였다. 서로 뛰고 구르고 사냥감을 향해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아이들의 몸짓 하나하나에 빠져든다.


하지만 가장 큰 관문인 개들과 안면을 트는 일이 남았다. 내 집 앞에 얼씬도 못하도록 신신당부하던 것을 그만 두자 차츰 개들이 찾아오게 되었다. 처음에는 개들의 등장에 꽁지가 빠지도록 도망가더니 이제는 개들하고 코인사까지 하며 사이가 좋다. 그중 가장 어린 소복이와는 서로 절친 사이이다. 만나면 장난치며 레슬링 한 판을 해야 서로 헤어진다.


소복이와 한창 장난 중인 복돌이. 소복이가 귀를 깨물자 아프다고 항의하고 있다. 귀여운 조합이다.


삼총사는 한배에서 나온 남매들로 서로에 대한 우애가 남다르다. 우리 개들은 맨날 싸우고 울고 불고 하는 것이 하루 일과 중 빼놓지 않는 일인 반면, 3남매는 지금까지 한 번도 싸우기는커녕 큰소리 한 번을 안 냈다. 서로 매일 같이 핥아주고 가끔 특식으로 나오는 생선과 닭고기도 서로 사이좋게 나누어 먹는다. 자폐증을 극복하고 유명한 동물학자가 된 템플 그랜딘은 자신의 저서 <Animals make us human>에서 동배 새끼나 엄마와 딸을 같이 키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했다. 나의 경험에 비춰보면 백 퍼센트 동감하는 바이다. 모녀 관계인 진순이와 행복이를 보아도, 우리 3남매 삼총사를 보아도 그렇게 서로 사이좋게 지낼 수 없다.


삼총사의 퇴근 시간이 돌아왔다. 퇴근 시간은 정확히 오후 8시. 아침 7시에 출근해서 오후 8시에 퇴근하니 근무시간이 좀 긴 편에 속한다. 내가 개들과 놀아주다가 재우고 집에 오는 시간에 맞추다 보니 그렇게 정해져 버렸다. 문을 여니 앞다투어 들어와 침대로 향한다. 오늘도 우애가 좋은 삼총사는 같이 몰려다니며 여기저기 탐험을 하느라 바쁜 하루였나 보다. 내 침대에 누워서 있는 힘껏 기지개를 켜고 잘 준비를 하고 있다. 그들이 가진 귀여움을 마구 뿜어대면서 말이다.


잘려고 내 침대에 자리를 잡은 복순이와 복돌이. 복순이는 아직 안 졸린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다. 복돌이는 눈에 잠이 가득하다.


나는 우리 삼총사가 나에게 온 것을 항상 감사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어미의 죽음을 잊지 않으려 한다. 어미보다는 못하겠지만 그에 버금가는 사랑을 주려고 항상 노력했다. 오늘도 온 마음을 다해서 3 남매를 가만히 품에 안아본다. 골골골... 세상에서 가장 기분 좋은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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