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기를 갖다

나의 슬럼프 극복기

by 손서영

요즘 통 글도 써지지 않고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 나날을 보냈다. 힘든 일이 있어서인지(강아지 2마리를 잃었다) 도통 예전의 페이스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렇게 하루 하루를 보내다가 이렇게 지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돌아가야 했다. 다시 회복해야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제대로된 휴식기를 갖고 새롭게 나를 충전시키는 것이었다.


KakaoTalk_20190507_193838997.jpg 꽃이 떨어진 꽃길 위로 해복이가 서서 나를 응시한다. 해복이는 언제 보아도 사랑스럽고 행복감을 준다.


모든 일에서 일단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부모님과 함께 서울에 1주일간 머무를 예정이었던 것을 취소하고 나는 집에 남아 쉬기로 했다. 부모님과 함께하면 모든 생활이 규칙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런 것에서도 벗어나고 싶었다. 개들 때문에 늦잠을 잘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아무때나 밥을 먹고 아무때나 낮잠을 자고 싶었다. 나의 친절한 개들은 내가 방에서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나를 끊임없이 밖으로 불러내주었고 나는 덕분에 조용한 자연 속에서 그야말로 꿀 같은 시간을 보냈다.


KakaoTalk_20190507_193751794.jpg 선물받아 아껴 놓았던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소복이는 자기도 한입 거들겠다고 관심이 많다. 혼자 즐기는 맛있는 커피는 정말 그 자체로 향기로웠다.


자연은 조용했고 동시에 무수한 소리를 내었다. 다양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는 서로 어울러져 아름다운 연주가 되었고, 바람에 나뭇잎이 떨리는 소리는 소리의 풍성함을 더해주었다. 자연의 오케스트라는 나를 안정시켜주었고 또한 위로해주었다. 백마디의 말보다 자연의 소리가 나에게는 더 큰 위로였다. 월든의 작가로 유명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자연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자연은 조용하면서도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 같다. 그런 친구와 함께 있으면 대화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 없이 자유로이 걷고 대화하거나 침묵할 수 있으며 고독을 유지할 수 있다.’


KakaoTalk_20190507_194029178.jpg 아무도 쓰지 않는 우리 집 개집이다. 다들 집에 들어와서 자니 항상 덩그러니 남아 있다. 그런 집이 외로워 보였는지 꽃나무가 옆으로 자라났다.


나의 아이들은 여전히 유머러스했고 나는 아이들 덕분에 종종 웃을 수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사랑스러웠고 나는 덕분에 종종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가끔은 심장이 내려앉게 짖어대기도 하고 실수를 하기도 하고 일을 저지르기도 했지만 나는 그런 일거리들은 기쁜 마음으로 감내할 수 있었다. 나는 아이들을 사랑했다. 아이들이 나를 사랑하는 것만큼 사랑하기에는 아직 멀었지만 그래도 온 마음으로 사랑하고 있다.


KakaoTalk_20190507_193908892.jpg 편백이가 내방 침대에 눕고 싶은데 옆에 다복이가 있다. 편백이는 너무 작은 다복이가 조심스러운지 그냥 다복이가 비킬 때까지 저러고 앉아 있었다. 착한 편백이다.


오늘로 나의 휴식기는 끝이 난다. 내일이면 부모님이 돌아오시고 나도 이제 다시 예전의 나의 삶으로 복귀해야 한다. 그러려고 갖은 휴식기이기 때문이다. 가끔은 모든 걸 내려놓고 쉬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 나를 채워주는 시간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일상이 버거울 때 멀리 여행가는 것이 아니라 홀로 내면의 여행을 떠나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이런 여행은 한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는 것 같다. 내 안은 나만이 들여다 볼 수 있기에 내가 자주 챙겨줘야 하는 대상이다. 나는 오늘도 푹 쉬고 자연 속에서 한껏 하루를 만끽했으니 내일이면 마법처럼 모든게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나는 그렇다고 믿는다.


KakaoTalk_20190507_193856661.jpg 나의 아이들이 꽃길만 걷기를 바라는 내 마음을 알았는지 아이들이 요즘에는 꽃길을 걷는다. 이렇게 살자. 더 바랄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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