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소에서 하염없이 가족을 기다린 동복이와 서복이

시츄 동복이와 코카 서복이

by 손서영



내가 유기견 보호소에 봉사를 다닌지 벌써 1년이 되어 가고 있다. 여기 보호소는 품종견의 경우 잡종견에 비해 입양될 확률이 높으므로 안락사를 시키지 않고 있다. 안락사를 당하는 아이들이 마음에 걸려 그동안 나는 잡종견만을 입양해왔다. 그렇다고 많은 아이들을 입양하지도 못했지만 말이다. 매번 갈때마다 누가 안락사되지는 않았는지 마음을 졸이며 가게 된다. 그에 비해 품종견들은 안심이 되어 잡종견에 비해 마음이 많이 쓰이지는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KakaoTalk_Photo_20200624_0154_01623.jpg 배꽃잎이 흐드러지게 피고 지던 때 동복이가 마실을 나왔다. 동복이는 산책할 때에도 항상 내가 잘 있는지 확인을 하고는 한다.


품종견이 처음 입소하게 되면 입양을 갈 수 있게 미용도 해주고 하는데, 시간이 지나도록 입양이 안되는 아이들은 자랄데로 자란 털로 인해 눈을 가리도록 덥수룩한 머리를 하고 있으며 그 긴털이 오물에 뒤덮여 더러운 채로 지내게 된다. 동복이, 서복이가 그랬다. 내가 봉사를 시작할때부터 있었던 아이들이 이제는 눈도 안보이는 채로 내가 주는 간식을 허겁지겁 먹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프기 시작했다.


KakaoTalk_Photo_20200624_0154_12378.jpg 서복이는 닭고기를 무진장 좋아하던 아이였다. 내 손길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먹는 것에만 열중했는데, 집에 데리고 오니 사랑받는걸 무척이나 좋아하는 아이였다.


이런 상태로 삶을 이어간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하는데 정말 그럴까? 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차라리 이 힘든 삶을 빨리 끝내주는 것이 나을 것도 싶었다. 그렇다고 내가 그들을 안락사 시키자고 제안할 만큼 내 마음은 단단하지 않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로 1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갔다. 그리고 1년동안 이 아이들을 지켜본 나는 다시 입양이라는 카드를 꺼내게 되었다.


이미 많은 아이들이 있어서 더이상 입양을 하고 싶지 않았다. 한정된 공간에 너무 많은 아이들이 있는 것은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앞도 안보이는 채로 어두운 케이지에 갇혀 있는 동복이와 서복이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입양동의서를 작성하였다. 평소 안면이 있어서인지 아이들은 케이지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나에게 단번에 안겼다. 나는 그렇게 두 녀석을 안고 집으로 왔다.


KakaoTalk_Photo_20200624_0154_55505.jpg 동복이는 더위를 많이 타는 편이었다. 더우면 아무데나 시원한데 가서 배를 깔고 누었다. 동복이의 트레이드 마크 포즈이다.


동복이는 남아, 시츄(퍼그도 살짝 섞인 것 같다)였고, 서복이는 여아, 코카스파니엘이었다. 미용을 하고 나니 다른 개 같았다. 너무 귀여운 외모를 가진 이 아이들은 모두 순하고 착한 아이들이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은 이 두 아이 모두 화장실을 가린다는 것이었다. 동복이는 패드 위에 볼일을 보고 서복이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아주 똑똑한 아이들이었다. 이렇게 깔끔한 아이들이 그간 그 똥밭에서 지냈다는 사실이 너무 마음이 아팠다. 지금은 두 아이다 실외배변을 하고 있다.


KakaoTalk_Photo_20200624_0154_23788.jpg 서복이는 친구들과도 잘 어울렸다. 동복이가 사람한테만 관심있는 것에 비해 서복이는 친구들에게도 관심이 많았다.


다른 아이들과 전혀 싸우지도 않고 잘 짖지도 않으며 사람에게 매우 우호적인 아이들이 나는 더 마음이 아팠다. 이렇게 좋은 개들이 왜 버려졌는지... 그리고 왜 입양을 가지 못했는지... 나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저 내 손길에 기뻐하고 내 옆에서 기대서 자는 것을 좋아하고 밥도 가리지 않고 잘 먹는... 문제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어서 마음이 아팠다. 이 아이들에게는 죄가 없음을, 잘못이 있다면 그건 전부 사람의 잘못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사람 때문에 이들이 받은 벌은 너무 가혹했다.


KakaoTalk_Photo_20200624_0154_32480.jpg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늘이 있는 곳이 있다. 돌바닥에 그늘이 있어 시원한지 항상 이 곳에만 오면 꼭 누워서 오지를 않는다.


동복이는 인형같았다. 내가 데리고 자려고 옆에 눕혀놓으면 팔배게를 하고 아침까지 코를 골며 잤다. 처음에는 그 소리가 커서 힘들었지만 지금은 그 소리 없이는 잠이 안온다. 단두종의 경우 주둥이가 들어가도록 개량되어 콧구멍이 너무 작게 형성되어 있다. 이런 까닭에 숨을 잘 가빠하고 코골이가 심하다. 이것 또한 인간의 이기심이 가져온 비극이다. 나는 그런 연유를 알기에 동복이의 코골이가 싫지않고 안타깝다. 동복이는 정말 평화주의자여서 조금만 다투는 소리가 나면 일단 몸을 피하고 본다. 따라서 밥먹을 때 내가 봐주지 않으면 금방 밥을 뺏기고 만다. 또한 아이들에게 치이기도 해서 내가 특별관리 대상으로 지정해 놓았다. 다행히 지금까지 큰 사고 없이 무탈하게 지내고 있다.



KakaoTalk_Photo_20200624_0153_29780.jpg 서복이는 침대에 자주 올라가지는 않지만 올라가고 싶으면 소복이의 철통 수비도 뚫고 올라간다. 소복이를 누가 이기나 했더니 서복이가 이겼다.


서복이는 무던한 아이이다. 옆에서 큰 개들이 뭐라고 해도 그냥 on my way다. 밥 먹을 때에도 다른 아이가 뺏어먹으려고 겁을 줘도 겁을 안먹는다. 그냥 먹던거 계속 먹는다. 그렇다고 다른 애들에게 싸움을 걸거나 하지도 않는다. 한마디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평화주의자이면서 다른 애들에게 지지않는 서복이는 손이 많이 안간다. 그러지 않아도 손이 부족한데 이렇게 혼자서 잘 지내는 애들은 상을 주고 싶겠끔 고마운 존재다. 서복이는 잠도 독립적으로 잔다. 침대에서 자고 싶으면 소복이가 아무리 겁을 줘도 침대에서 자고 밑에서 자고 싶으면 밑에서 잔다. 하지만 코카의 전형적인 문제인 귓병이 좀 심하다. 코카스파니엘은 귀가 크고 늘어지게 되어 있는 구조로 잘 환기가 되지 않아 쉽게 귓병에 걸리게 된다. 서복이도 이런 신체적인 결함에 자유롭지 못하였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에서 발생하는 외이염은 고친다고 해도 다시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꾸준히 관리하는 수밖에는 도리가 없다.


KakaoTalk_Photo_20200624_0154_44226.jpg 동복이가 또 그늘에 가서 들어누웠다. 이렇게 더위를 타는데 보호소에서 여름을 어떻게 났는지 마음이 아프다.


동복이와 서복이는 오랜시간 자신의 가족이 되어줄 사람들을 기다렸고 오랜시간 외면당해 왔다. 그리고 나로 인해 다시 케이지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되었으며 자유를 되찾았다. 그 자유에 대한 보답으로 두 아이는 나에게 커다란 행복을 안겨주었다. 이렇게 우리 주위에는 유기견이라는 탈을 쓰고 오물이 덕지덕지 뭍은 모습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가길 기다리는 아이들이 너무나 많다. 그들을 전부 입양할 수는 없지만 만약 새로운 가족을 들이고자 하는 분이 계시다면 너무도 훌륭한 개일 수도 있는 이런 아이들을 한번이라도 고려해보기 바란다. 나처럼 숨은 보석을 만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어서 집에서 쫒겨난 애들이 아니라 인간의 간악함으로 인해 유기견으로 내몰렸을 가능성이 더 크다. 유기견이 모두 문제견이 아니라는 사실을 많은 분들이 알게 되길 바란다.


PS) 여러분들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꼭 봐주세요. 제가 운영하는 네이버 페이지의 글입니다.

https://band.us/page/76757456/post/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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