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의 소식지
11월에 들어서기도 전부터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날씨가 따듯해졌다. 따듯한 날씨가 연일 계속되더니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가을에 오는 비이니 가을비가 맞기는 하지만 왠지 비가 여름비를 닮아 있다. 나의 아이들은 비를 피해 방에 들어와 일찍부터 자리를 잡고 있고 나는 가습기를 끄고 제습기를 틀게 되는 웃픈 상황이 벌어졌다. 아이들이 온몸에 뭍히고 들어오는 습기가 방안을 전체적으로 눅눅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비오는 날을 싫어하지만 나는 몰래 속으로 좋아하며 비 오는 하루를 느긋하게 즐기고 있다.
소복이는 혼자 제일 뽀송한 침대 위에서 잠이 들었고 다른 아이들은 내가 힘들여서 깔아논 이불들을 서로 잡아당기고 이리저리 끌고 다니다가 아무데나 팽겨치고 그 위에서 잠이 들었다. 애들은 아무래도 반듯하게 깔려 있는 이불을 가만두는 일은 너무나 어려운 일인 듯 하다. 어떻게든 이불을 지져분하게 만들어놔야 그 위에서 잘 맛이 나는 모양이다. 분리수거를 하려고 모아 놓은 플라스틱 병들을 내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모두 꺼내어 물고 뜯고 맛보고 있었다. 나의 등장에 각자 입에 물고있던 병을 떨어뜨리고 후닥닥 내 방으로 들어가는 걸 보면 자신들의 행동이 올바르지 않음을 분명 알고있는 듯하다. 나는 범인을 알면서도 괜히 큰 소리로 “이거 누가 이랬어?!”하고는 그냥 치우고 만다. 반성 중인줄 알고 있던 바둑이와 꽃복이가 내 방에서 제2의 전투중이었다. 반성도 안하고 내리 놀고 있는 이 녀석들이 괘씸했지만 한창 신나있는 아이들을 혼을 낼 수는 없었다.
편백이가 요즘 날이 추워져서 인지 다리를 부쩍 절고 있다. 예전에 다친 다리가 편백이의 컨디션이 안좋을 때마다 고질적으로 말썽을 부렸는데 요즘에는 그 횟수가 너무 잦다. 그래서 불편한 다리로 걷고 있는 편백이를 볼때마다 겁이 덜컥 나고는 한다. 대형견 10살이면 적은 나이가 아니라서 자꾸 내 마음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그럴때마다 애써 그 그림자를 쫓아 버리지만 편백이가 다리를 아파하는 것이 마음이 많이 쓰인다. 날이 추워지고부터 내 방 내 침대를 찾는 날도 늘어가고 거기서 그저 하루종일 잠만 자는 편백이를 보면 가끔 눈물이 왈칵 쏟아지기도 한다. 그래도 나는 엄마니깐 그러지 말아야지 하고 나를 추슬러본다. 편백이는 정말 나에게도 우리 가족에게도 없어서는 안될 훌륭한 파트너였다. 언제나 점잖았고 기품이 있었으며 매너 좋은 개였다. <킹스맨>의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의 개버젼이 있다면 우리 편백이가 딱인 그런 개였다. 그런 편백이가 부디 나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해주길 바란다. 그래서 나는 편백이 덕분에 편백이와 함께 하는 하루하루가 선물 같다. 그런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아주 소중하게 보내고 있다.
화복이는 재활을 하고 있지만 딛을 기미는 여전히 보이고 있지 않다. 재활을 하는 것이 힘이 든지 재활운동을 시작하면(팔을 굽혔다 폈다를 반복한다.) 아픈쪽 다리를 보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리고 가만히 견디고 있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내 마음이 또 아프지만 내 마음이 화복이에게 들킬까봐 얼른 힘을 내본다. 그래도 3발이기는 하지만 돌아다니는 것도 잘하고 친구들하고 장난도 치고 즐겁게 지내고 있다. 그런 화복이를 보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화복이는 자신이 받는 특별대접이 싫지 않은 듯 애교도 많아지고 어린양도 많아졌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화복이를 더 감싸고 더 배려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화복이의 버릇이 조금 나빠져도 그게 뭐 대수이겠는가. 화복이만 행복하다면 다른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동복이와 서복이는 때아닌 피부병을 앓고 있다. 아무래도 약을 먹이는 것보다는 연고로 해결하고 싶어서 연고만 발라주었던 것이 약했는지 도통 잡히질 않았다. 그래서 겨울이 곧 오고 있지만 털을 밀어야만 했다. 지금은 약욕도 시켜주고 해서 한결 편안해졌다. 그 작은 아이가 가려워서 힘들어하는 것을 보는 일은 정말이지 고통스럽다. 엘리자베스 카라를 씌워주고 못 긁게 한다고 간지러움도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서 그 모자를 씌워주고는 아이가 잠이 들때까지 쓰다듬어주고 또 쓰다듬어주고는 하였다. 혼종(믹스)견과 품종견을 키워보면 확실히 품종견이 병치례가 잦다. 서복이는 코카 특유의 고질병인 귓병을 달고 살고 피부병도 잘 걸린다. 그리고 서복이가 피부병에 걸리면 시츄인 동복이도 꼭 어딘가를 긁고 있다. 그래서 나는 혼종견이 더 좋다. 절대 똑같은 아이가 없을 정도로 제각각인 아이들의 모습도 좋고 특별히 손이 안가게 건강한 것도 마음에 쏙 든다. 한번 혼종견의 매력에 푹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렵다. 부디 더 많은 분들이 혼종견의 다채로운 매력을 경험해 보시길 바란다. 또한 똑같이 생긴 품종견을 만든다고 유전적으로 약할 수 밖에 없는 근친교배를 하는 일이 세상에서 살아지길 기도해본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여러 다양하게 생긴 아이들을 안고 함께 웃고 있는 그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이렇게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는 우리 가족들은 하루하루 분주하게 그렇지만 소중하게 보내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애들이 말썽을 몇 가지나 부렸는지 모른다. 그래도 다 내 눈에는 귀엽기만 하고 그 말썽들이 싫지 않으니 천생연분인 것 같다. 나는 그저 나의 아이들처럼 오늘 하루가 시작된 것에 기뻐하며, 또 오늘 하루가 무사히 마무리되는 것에 감사하며 지내고 있다. 모든 분들의 하루하루도 나의 아이들처럼 행복하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