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에서 노란 망고 찾기
생애 두 번째 해외여행을 가게 되었다. 곧 결혼을 앞둔 친구와, 이건 신혼여행 예습이라는 웃긴 사족을 덧붙이며 한껏 들떠 있었다. 목적지는 태국. 이유는? 망고가 먹고 싶어서. 친구는 한동안 입을 헤 벌리고 말을 잇지 못했다. 망고 먹으러 태국까지 가자고?? 응. 순전히 나를 위해 목적지를 양보한, 이해심 넓은 친구 덕에 우리는 17년 10월 태국으로 떠났다.
하지만 우리가 전혀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10월은 태국에서도 망고 철이 아니라는 것. 익히 알고 있는 노랗고 말랑한, 당도 최고의 망고가 아닌, 딱딱하고 신맛이 강한 '그린 망고'철이라는 것. 태국 일정 첫 날, 우리는 그린 망고만 만나고 있었다. 그린 망고도 망고니까! 하며 용기 있게 도전해 봤지만, 마치 감과 같은 식감에 무지하게 신 맛, 게다가 같이 주는 양념(스파이시 소금 같은 걸 주는데 같이 먹으면 풍미가 좋다고 한다)에 우리는 적응하지 못했다. 친구는 시무룩해진 나를 달래며 어딘가 노란 망고도 있을 거야, 하고 힘을 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방콕 최대 규모의 주말 시장, '짜뚜짝 시장'으로 흘러 들어갔다.
10월의 방콕은 정말, 정말 더웠다. 10초만 서 있어도 땀이 주르륵 흐를 정도로 온도와 습도가 높았다. 얼마 동안은 이것저것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지만, 여행을 왔다고 해서 타고난 저질체력이 갑자기 좋아질 리는 없었다. 친구에게 너무 덥다고, 쉬고 싶다고 말하려는 찰나 뭔가가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한 관광객이 엄청나게 큰 뭔가가 담긴 컵을 들고 있었다. 색과 모양으로 봤을 때 그것은 분명 망고 스무디였다. 그토록 찾아다니던 노란 망고! 다행이다. 노란 망고가 있구나. 가공품이라도 괜찮아. 나의 기대치는 이미 낮아진 상태였다.
마치 내비게이션과 같은 나의 친구는, 방금 지나간 사람이 들고 있는 스무디가 새것이니까 그가 걸어온 방향으로 가보면 매장이 나올 거라고 했다. 멋진 사람 같으니. 친구의 예상대로 곧 매장을 찾을 수 있었다.
매장이라기보다 간이판매대의 형태였던 가게에서는, 노란 망고를 산처럼 쌓아두고 있었다! 우리가 제대로 찾아왔구나. 친구와 나는 더워서 벌겋게 익은 얼굴로 헤벌쭉 웃었다.
서너 가지의 메뉴가 있었지만 골라볼 생각도 안 하고, 무조건 노란 망고 스무디를 외쳤다. 80 THB(당시 환율로 약 2,800원)이라는 가격을 믿을 수 없어 몇 번이나 메뉴판을 확인했다. 역시 망고의 나라구나, 하면서.
메뉴판의 사진보다 1.5배는 더 담아주는 듯한 비주얼에 또 한 번 놀란 우리는 스무디를 받아 들고 잠시 얼이 빠진 채 말이 없었다.
"우와." "우와." "우와..."만 반복하며 사진을 찍고, 드디어 한 입 먹어보았다. 그동안의 더위와 고생을 보상해 주듯, 망고 스무디는 달콤하고 시원하며 망고 본연의 맛이 가득했다.
우리, 태국 오길 잘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