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나의 취~향저격.
나는 스모키를 사랑한다.
이전 포스트에 내 이런 저런 고민을 실어놓고 나서 많은 분들이 보여준 열화와 같은노관심에 힘입어
오늘은 헛소리 집어 치고 내 스모키 한 취향을 저격하는, 차(Tea)를 포함한 음료들(?)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름 하여, 마이 스모키 훼이보릿츠.
*스카치 위스키다. 그것도 *싱글몰트.
위스키 브랜드의 일을 하다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
처음 마셨을 때 코를 찌르는 소독약 냄새와 훈연향, 마시고 나서도 목구멍을 타고 올라와 계속 입에 머물고 있는 담배향에 인상을 찌그렸었지만... 정확히 1주일 후 퇴근 시간 즈음 그 독특한 향이 자꾸만 자꾸만 생각나면서 흐흐흐 지금은 아예 집에다 사다 놓고 홀짝거리게 되었다.
이 독특한 라프로익의 향은 놀랍게도 인공이 아니다. 위스키를 만들 때 원료인 맥아(보리싹)를 '피트'라고 부르는 일종의 석탄을 사용하여 건조하게 되는데 라프로익이 만들어지는 아일레이(Islay) 섬의 '피트'는 오랜 시간 강한 해풍을 맞으며 생성된 것이라 그 독특한 바다향과 숯향이 술에 스며든 것이라고 한다. 나 왠지 유식.
또 술이네. 이번엔 와인이다. (난 티소믈리에인데... 자꾸 술만 소개한다. 정신 차려. 그래도 간략히...)
말벡은 정말이지 맛있다. 내가 회식에 3차인지 4차인지 헷갈리는 다소 취한 상태에서 처음 접한
아, 아, 아~리~헨티나산 말벡.
라즈베리 느낌의 말린 과일의 농축된 단 향으로부터 올라오는 조금은 색다른, 조금은 섹시한 스모키함이 그렇게나 취한 상태에서도 내 미각과 후각을 제대로 저격했기에 나는 웨이터에게 이 와인이 뭐냐고 물어봤고 기적적으로 다음 날 그 이름 '말벡'을 기억해냈다.
이번엔 드디어 차(Tea)다.
위에 소개한 두 술이 본인의 취향에 맞는 사람은 이 차도 분명히 좋아할 거라고 장담까지 한다.
정산소종은 중국 홍차로 이른바 홍차의 '시조새'다.
중국 남부 복건성(푸젠성/ 福建省)의 잎이 작은 소엽종으로 만드는데, 차를 건조할 때 소나무를 태워 그 연기를 쐬여 주어 송연향의 탄내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홍차다. 청대 중엽부터 생산되기 시작했다고 하니 시조새답다.
더욱이 한 가지 웃픈 역사가 있는데 19세기 영국에 그레이 백작과 귀족들이 이 차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레시피 짜라시(?)만 믿고 열심히 연구하다 탄생한 것이 얼그레이 (Earl Grey) 홍차다.
"그레이 백작님~ 결국은 성공하셨쎄요. 요즘엔 정산소종보다 얼그레이를 더 많이 마신답니다."
맞다. 그거. 효린이랑 보라가 브라질 남정네들과 신나게 흔들어 대는 광고 속 그거.
사실 마테는 브라질 등 남미 등지에서 나는 나무다. 남미에서는 거의 국민음료인데 이것이 다이어트에 효능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나서 전 세계의 여성들이 물 삼아 마시고 있다고 한다.
나도 티 소믈리에 수업 때 접하게 되었는데 시스타의 그것과는 맛이 전혀 달랐다.
효능 욕심에 진하게 우려서 마셔봤더니 녹차보다 약간은 자극적인 스모키함이 입안을 오히려 청량하게 해주는 느낌이었다. 오! 내 스타일. 이후에 본격적으로 사마셔야지 했는데 아직 못 샀다.
이상이다.
이런 스모키 취향이 맞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다. 데헷
하지만 인생 살면서 맨날 먹는 소맥 말고, 맨날 먹는 커피 말고 가끔 하드코어 한 후미를 즐기고 싶은 사람은 과감히 도전해보면 좋겠다.
- 옆집 사는 줄리
(소개된 모든 제품은 모두 개인 소장품으로 특정 브랜드 홍보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어머!? 안물안궁!? )
*스카치 위스키 : 말 그대로 스코틀랜드산 위스키
*싱글몰트 위스키 : 위스키 중 여러 곡물을 섞어 제조하지 않고 몰트(보리) 하나로만 증류한 위스키
*개완 : 중국에서 주로 사용하는 뚜껑이 있는 찻잔. 한 손으로 뜨거운 찻물이 담긴 개완의 몸과 뚜껑을 잘 잡아 따르는 것이 핵심. 아직도 연습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