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이디 맥베스 (2017)

욕망하는 여자의 얼굴

by 정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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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남성들의 세계에서 빠져나오는 여성의 이야기가 아니다.

가부장적인 남성들의 세계를 차지하는 캐서린의 이야기다. (by. 영화당)


그리고 욕망하는 여성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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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서늘하고 조용하다. 일상적인 소리(구두 소리, 바람 소리, 문 여는 소리, 창문 여는 소리 등)들만 영화에 흐를 뿐 음악은 사용되고 있지 않다.

아내(그리고 여성)의 본분을 출산으로 생각하는 시아버지와 명령을 일삼고 권위적인 남편. 그들 사이에서 캐서린은 산책 한 번 제대로 가지 못하고 코르셋으로 꽉 조인 옷을 입고 소파에 가만히 앉아있는다. 그리고 잠이 많아 늘 꾸벅꾸벅 존다. 저녁식사조차 권위적인 남성 사회로 이루어진 공간일 뿐. 캐서린이 숨통을 트일 수 있는 곳은 없다.


시아버지와 남편이 볼일을 보러 집을 떠나는 순간 캐서린은 모든 억압에서 벗어난다. "모든 억압"은 집 안에서 권력을 행사하는 남성의 힘이다. 남성들이 없는 동안의 일시적인 자유.

어쨌든 캐서린은, 산책을 나가고 코르셋을 입지 않는다. (캐서린이 잠옷 입고 밥 먹을 때 얼마나 편해보였던지.) 소파에 누워 낮잠까지 즐긴다.


캐서린은 하인 세바스찬과 계속해서 만남을 가진다. 세바스찬은 캐서린의 욕망을 일깨워준 기폭제.


캐서린은 세바스찬과 사랑에 빠진다.


"내 마음을 의심했다간 가만두지 않을거야."


그는 세바스찬과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앞길에 방해되는 모든 것들을 제거한다. 집으로 돌아온 시아버지가 첫 대상. 자신과 하인의 관계를 안 시아버지를 캐서린은 독버섯으로 손쉽게 죽인다. (생각해보면 캐서린의 큰 그림.) 그 사건으로 인해 하인인 "안나"는 자신이 어릴적부터 모셨던 주인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벙어리가 된다. 시아버지의 죽음 뒤로 세바스찬은 그 집의 영주가 된 마냥 값비싼 옷을 입고 고급 요리를 먹는다.


그렇게 세바스찬과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캐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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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올 것 같지 않았던 남편의 등장에 캐서린은 남편을 기다렸다는 연기를 하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남편은 캐서린과 세바스찬의 사이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캐서린에게 폭언 아닌 폭언을 쏟아붓는다.



"내 아버지는 당신을 샀어. 소 한 마리 키우기도 힘든 땅까지 얹어서. 안줏거리가 되는 건 사절이야."



캐서린은 남편의 말을 가만히 듣다가 화장실에 숨어 있던 세바스찬을 데리고 나온다. 이내 그를 침대에 눕히고 그의 위에 앉는다. 남편은 당연히 그를 밀치고 세바스찬을 죽이려고 한다. 캐서린은 남편의 머리를 내려 치면서 그를 죽인다. 이때부터 세바스찬은 서서히 캐서린에 대해 공포를 느끼지 않았을까.




그렇게 모든 게 다 끝난 줄 알았더니, 한 할머니가 데려온 아이가 이 저택의 주인이라며 등장한다. 그 아이는 남편의 아이였던 것. 자신이 저택을 차지하게 될 줄 알았던 세바스찬은 그 집을 떠나려고 한다. 그러자 캐서린은 아이를 죽이고 세바스찬은 옆에서 캐서린을 도와준다. 다음 날, 그 아이의 몸에 없었던 멍자국이 생긴 것을 알게 된다. 그때 등장한 세바스찬은 훌쩍 울면서 "우리가 죽였어요. 저 여자가 저를 가지기 위해서 한 짓이에요." 라고 폭로해버린다. 그러나 캐서린은 세바스찬과 안나가 한 짓이라고 말한다. 시아버지를 죽인 것도 버섯을 따러 다니는 안나의 짓이라고. 안나는 흑인인데다 여성이고 하인이다. 실어증에 걸려 말을 하지 못한다. 그런 안나를 데려다가 해명해보라고 한다면 안나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결국 안나는 모든 죄를 덮어쓰고 세바스찬과 끌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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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캐서린은 악인인가?


자신의 목적을 방해하는 자들을 가차없이 죽인 사람이라서?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그를 비난할 수 있는가? 캐서린은 혼자, 그리고 뱃속에 있는 아이와 함께 살아남았다. 이제 저택에는 그를 방해하는 남성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캐서린의 앞날이 걱정되기도 한다. 혼자 남은 캐서린에게 사람들은 남편과 시아버지를 모두 잡아먹은 마녀라고 하며 그를 공포와 조롱의 대상으로 취급했을지도 모르니.

어쨌든 캐서린의 저택에 존재하던 가부장적인 부계 사회는 모두 사라졌다. 이제는 모계사회만이 남아 있을 뿐.

캐서린은 자기만의 공간을 차지했다. 남성들의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않고 그 시스템을 차지해버는 것이다.

그런 캐서린을 어떻게 악인이라고 비난할 수 있단 말인가.


안나 역시 그 시스템의 피해자. 한평생 모시고 살았던 주인에게 동물처럼 네 발로 걸어다니라는 모욕을 받기도 하고, 남자 하인들이 돼지의 무게(신분의 고저와 상관 없이 남성들은 여성을 가축에 비유한다)를 잰다며

안나를 발가벗겨 희롱하기도 한다. 또한 하인이라는 신분 탓에 캐서린에게 이용당하기도 한다. 만약 안나가 실어증에 걸리지 않았다면 그 일에 대해 해명할 수 있었을까? 백인 귀족들 앞에서, 흑인 하인이.


이 영화는 인종, 성별, 계급의 약자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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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이 혼자 살아남는 결말이라 더욱 마음에 들었다. 저택이 숨막히게 대칭적이었던 것도 좋았고. 플로렌스 퓨의 표정, 연기, 말투 모든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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