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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Apr 13. 2022

라면으로 시작하는 작가의 인생론

김봄의 『너, 뭐 먹고 살쪘니?』

   《오마이뉴스》의 이한기 국장이 그해 읽은   가장 좋았던 작품으로 김봄의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와   『부부가   놀고 있습니다』  권을 꼽은 적이 있었다. 고맙고 과분한 칭찬에   바를 모르던 나는 당연히 김봄 작가의 책을 사서 줄을 쳐가며 읽었다. 유시민 작가가 극찬한 베스트셀러답게 아주 재밌고 특유의 유머 감각이 빛났다. 특히 '한여름에도 물이나 음료수 없이 카스텔라를 먹어서 보는 사람 목메게 하는 재주를 가진'  여사의 캐릭터가  구현되어 있어서 책이 쑥쑥 읽혔다.


그런 김봄 작가가 다시 『너, 뭐 먹고 살쪘니?』라는 책을 냈다. 이번엔 음식 이야기였는데 처음 등장하는 종목이 라면이다. 언젠가 유튜버 조승연이 "많은 한국인이 소울 프드로 라면을 꼽는다"라고 한 말에 고개를 끄덕인 적이 있었는데 김봄 작가의 글에서 그걸 다시 확인하니 반가웠다.  '나를 키운 건 8할이 라면이었다 라면'이라는 글과 '인생라면'이라는 글을 읽어보면 김봄 작가가 폼 재지 않고 솔직하게 가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중간에 있는 순대 이야기에선 왕따 경험 이후 우울증에 걸려 자살을 시도했던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심각한 얘기만 있는 건 아니다. 배우 이준기와 어쩌다 손 한 번 잡고는 친구들에게 '손을 씻지 않겠다'라고 맹세하는 장면도 있으니까.


에필로그를 읽어보니 김봄 작가는 오래전부터 추억 속의 음식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브런치에 연재를 하면서 '인생라면'이라는 글이 10만 가까운 조회수가 나온 적이 있었다고 한다. 덕분에 '글을 쓰는 김봄'과 '먹는 김봄'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등장하는 솔직한 고백록이자 인생론인  『너, 뭐 먹고 살쪘니?』가 탄생한 것이다. 작가가 되고 싶어 안달할 때도 음식, 스트레스가 쌓일 때도 음식...... 그의 글엔 음식과 글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당연히 술 얘기도 나온다). 돈까스, 순대, 짜장면, 주꾸미, 요구르트, 막국수처럼 친근한 음식들이 등장할 때마다 그의 인생 레시피도 하나씩 펼쳐진다. 안심하고 일독하시기 바란다. 살은 김봄 작가가 찌고 우리는 영혼만 살찌우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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