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편성준 Apr 19. 2022

오븐 속에서 벌어지는 마술을 이해하는 사람

박지원 산문집 『애플 타르트를 구워 갈까 해』

레이먼드 카버의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은 아마도 세상에 단편소설을 단 세 편만 남긴다고 해도 그 안에 꼭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좋아하는 작품이다. 스코티라는 아이의 여덟 살 생일을 맞아 쇼핑몰 빵집에 케이크를 주문한 부모는 월요일 교통사고로 아이를 잃는다. 혼수상태에 빠졌던 아이는 수요일에 죽고 절망에 빠진 부모에게 퉁명스러운 빵집 주인이 "스코티는 잊은 건가요?"라는 전화를 걸어온다. 분노한 부모는 차를 몰고 빵집으로 가서 욕을 하며 아이가 죽었음을 알린다. 미안해진 빵집 주인은 망연하게 눈물을 흘리는 애 엄마에게 빵과 커피를 건네며 말한다. "갓 구운 롤빵이라도 드셨으면 하는데. 이럴 땐 먹는 게 별건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거든요."


때로는 따뜻한 음식 한 그릇이 수천 마디의 말을 대신해 주기도 한다. 박지원 선생은 그런 음식의 힘을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 미국에서 의상 디자이너로 이름을 날리고 청담동에서 레스토랑도 운영한 적이 있는 박지원 선생의 첫 책 『애플 타르트를 구워 갈까 해』 북토크에 다녀왔다.

이 책엔 타르트를 구울 때 오븐을 사용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녀는 적당히 예열한 오븐에 타르트를 넣어 구울 때 오븐 속에서 펼쳐지는 우연의 결과가 인간의 '운명'과 꼭 닮았음을 캐치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녀의 쉽지 않았던 인생 역정이 펼쳐지는 페이지 사이사이마다 부드럽고 고소한 빵 냄새와 눈물 섞인 버터 향이 피어난다.

따뜻한 바람이 부는 건대역 커먼그라운드 3층은 쾌적하고 기분 좋은 공기가 흘렀다. 나는 책을 펴낸 몽스북 안지선 대표께 인사를 드리고 박 선생의 어머니인 김행자 선생(나는' 회장님'이라고 부른다)께도 인사를 드렸다. 윤영미 아나운서를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사진도 찍었다. 윤 아나운서가 제주도 집수리 얘기를 하며 "미친 거죠."라고 하길래 나는 미친 사람이 좋다고 했다. 김호철 선배를 잠깐 봤는데 박지원 선생 책에 사인을 받는 사이에 사라져서 전화로 인사를 했다. 여전히 멋진 채은석 감독님이 와서 윤영미 아나운서, 안지선 대표 등과 함께 와인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었다. 채 감독님은 지원이가 이렇게 글을 잘 쓸 줄은 몰랐다고 감탄하며 표지도 예쁘게 나왔다고 칭찬했다. 안 대표가 글을 쓸 때 가끔 '작두를 타는' 박지원 선생의 예술가적 집필 스타일에 대해 얘기하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형식적인 북토크 없이 동네 파티처럼 순하고 다정한 포옹과 악수가 이어졌다.  

안 대표님이 몽스북 다음 책 저자라며 가구회사 매스티지데코 김지수 대표를 소개해 주었고 혜화 1938의 김원천 대표가 마스크 속을 뚫고 나를 알아봤다며 악수를 청해 반갑게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반가운 얼굴들이 너무 많아 하루 종일 머물고 싶었지만 월요일 저녁 소행성 책 쓰기 워크숍 준비 때문에 먼저 일어서야 했다. 윤영미 아나운서가 함께 셀카 사진을 올려도 좋다고 하길래 언제 한 번 우리 집에 꼭 한 번 놀러 오시라고 말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라면으로 시작하는 작가의 인생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