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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Apr 30. 2022

즐거운 오컬트 드라마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괴이》

아내가 지리산에 일하러  관계로 혼자 불금을 맞게  나는 어제저녁 5시부터 티빙의 드라마 《괴이》 6부작을 정주행 했다. 페이스북에 배우 박호산이 직접 올린 신작 개봉 소식 글을 읽자마자 큰맘 먹고 '티빙 베이직' 가입한 것이다.  초자연 스릴러의 대가인 연상호 감독 원작에  올해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종이의 집》 한국판 각본을  류용재 작가가 힘을 더했다. 연출은 《한여름의 판타지아》로 전주영화제 관객상을 받은 장건재 감독이다.


진양군이라는 가상의 도시의 야산에서 불상을 하나 캐내는데 이 물건이 귀신 붙은 '귀불'이다.  즉, 저주받은 불상인 것이다. 군수인 박호산은 이걸 전시해서 관광객을 유치할 생각에 들떠 있지만 고고학자 부부인 구교환, 신현빈은 이걸 캐낸 것부터가 문제임을 직감하고 오컬트에 조예가 깊은 스님들과 힘을 합쳐 고군분투한다. 여기에 결찰서장 김지영의 아들과 동네 깡패 곽동연의 사연이 겹쳐진다.  


주인공인 구교환, 신현빈, 김지영의 연기가 고르게 다 좋다. 특히 구교환의 목소리와 캐릭터 장악력은 늘 놀랍고 신현빈도 제대로 된 옷을 입은 기분이다. 덜떨어진 군수로 나오는 박호산의 야비한 연기야 두말할 것 없이 일품이며 악역인 곽동연의 열연도 발군이다. 스산한 분위기 속에 '불상의 눈을 보는 자는 누구나 자신의 지옥에 갇히게 된다'는 단순한 발상이 만들어가는 다양한 인간 군상은 오컬트에 가족 드라마, 멜로, 재난 영화의 요소가 골고루 들어가 보는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한다. 나는 특히 까마귀 장면이 너무 좋았다. CG의 수준이 이토록 발전하다니, 하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된다(가장 가입비가 저렴한 티빙 베이직인데도 그렇다). 그리고 군청에 갇힌 상황은 스티븐 킹 원작의 영화 《미스트》를 떠올리게 하는 안정적이면서도 흥미로운 설정이었다. 오컬트 장르는 귀신이나 유령 등의 존재를 당연하게 여기고 그걸 해결하려는 전문가들이 등장하는 게 백미인데, 이 드라마에서는 천재 고고학 박사들과 스님들이 스마트폰과 부적, 염불 등을 총동원해 협업한다는 게 재밌다. 맨 마지막에 사건을 해결하고 스님 둘이 "저희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보는 건 어떨까요? '귀신 잡는 스님들' 어때요? 요새 리얼리티가 유행이에요" "무슨 유튜븝니까. 그냥 성불해야죠." 같은 대사들은 유머가 넘친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폭력이나 욕의 수위가 세다. 욕은 곽동연이 거의 다 맡아하고 있다. 아무튼, 1부부터 6부까지 순삭의 시간이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즐거운 오컬트 드라마를 또 하나 갖게 되었다. 2022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공식 초청작이다.


오늘의 띄어쓰기 : 저주 받은(N)/저주받은(Y)  


'받다'는 '선물 받은 아이' '버림받은 아이들'처럼 경우에 따라 띄어쓰기를 달리한다.

'선물 받은 아이'의 경우 '받다'는 '다른 사람이 준 물건 따위를 가지다, 맡아 두다'라는 뜻의 동사다. '벌을 받다' '손님을 받다'처럼 다양한 의미로 쓰인다. '지배를/가르침을 받다'처럼 '다른 사람으로부터 행동 또는 심리적 작용을 당하거나 입다'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반면 '버림받은'의 '-받다'는 피동의 뜻을 더하고 동사를 만드는 접미사다. '-받다'와 함께 쓸 수 있는 단어는 서술성을 갖는 명사여야 한다. '강요받다, 대우받다, 사랑받다'같이 쓰인다.

그러나 월급이나 뇌물은 서술성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뇌물(을) 받다' '월급(을) 받다'로 띄어 써야 한다.(중앙일보 우리말 바루기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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