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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May 08. 2022

읽을 때마다 신간인 책이 있다

잠이 안 와서 읽은 헨리 데이빗 소루우의 『월든』

밍크나 사향쥐는 덫에 걸렸을  다리를 물어뜯어 잘라내서라도 자유의 몸이 되고 싶어 한다는 소로우의 글을  읽는 순간 나는 엉뚱하게도 영화 《쏘우》를 떠올렸다. 자유를 향한 나의 의지는 과연 얼마나 될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피곤하지만 잠이 오지 않아서  번이나 잠자리에 들었다가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했던 어젯밤, 결국 마루에 나와 책을 읽기로 하고 집어   헨리 데이빗 소루우의 『월든』이었다. 심란한 밤엔 소설보다 이런 책이 어울릴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읽다 보니 문체가 신랄하다.

소로우는 나이 많음이 젊음보다 더 나은 선생이 될 수 없고, 이웃들이 선이라 부르는 것의 대부분이 실은 악이라 진심으로 믿는다고 고백한다. 1840년대의 미국 남부와 북부엔 인간을 노예로 만들려 눈을 번뜩이는 악랄한 노예 주인들이 수없이 많지만 '가장 힘든 것은 당신이 당신 자신의 노예 감독일 때'라고 일갈하기도 한다. 그는 월든 호숫가의 숲 속으로 들어가서도 이 고장 젊은이들의 불행은 농장과 주택, 창고와 가축과 농기구 들을 유산으로 받은 데 기인한다고 진단한다. 이런 것들은 일단 받으면 버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드는 예가 밍크와 사향쥐 얘기다.

소로우는 먹고사는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고 난 뒤 바로 해야 할 일은 인생의 모험을 떠나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왜 하버드대학을 졸업한 엘리트라는 신분을 버리고 스스로 월든 호숫가로 들어간 것일까. 그는 조그만 잡지사의 기자로 오래 일했는데 그 잡지사의 편집장은 소로우의 기고 대부분이 기사로 싣기에 적당치 않다고 여겼다고 한다.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대문호도 이런 대접을 받았다는 사실이 안타까우면서도 한편 마음이 놓이기도 한다. 그러나 소로우가 세상을 버린 것은 이런 치사한 이유 때문은 아닐 것이다. 책을 더 읽다 보면 해답이 나온다. 단적으로 말하면 42페이지에 나오는 '사람들이 찬양하고 성공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삶도 단지 한 종류의 삶에 지나지 않는다'는 보다 큰 포부와  깨달음 때문인 것이다.

대학 다닐  도대체  읽은 건지  수가 없다.  어떤 책은 읽을 때마다 신간 서적을 읽는 느낌이다. 아니, 사실은 예전에 읽은 책이  그렇다. 『월든』을 읽은 분들이나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 모두   읽어보세요. 분명 신간 느낌이  겁니다. 아내는 피곤하다며 《우리들의 블루스》와 《나의 해방일지》 시청도 금지한  자고 있었기에 나는 조심조심 냉장고를 열어 한라산 17도를   꺼냈다. 지난번 파티  남겨 놓았던 술이다. 안주로는 소금 대신 명란젓을 뿌린 명란김이 있었다. 책을 읽으며 소주를  병쯤 마셨더니 드디어 졸음이 왔다. 앞으로 잠이 오지 않을 때마다 마루로 나와  책을 읽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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