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의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토킹 캣 순자

by 편성준

아침에 마루로 나가면 창문 옆에 매달아 놓은 간이침대에서 자고 있는 순자를 볼 수 있다. 고양이에게 창문 밖을 쳐다보는 것은 인간이 TV를 시청하는 행위와 비슷한 경우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우리 집에 사는 순자는 TV 시청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지 창문 옆 간이침대 위에서도 밖을 볼 때보다는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잘 때가 많다. 궁금해서 신문기사를 찾아보았다.


"고양이는 하루 14시간을 잔다. 그리고 그다음이 창밖 바라보기다. 2005년 ‘응용동물복지학 저널’에 실린 논문을 보면, 고양이들이 창밖을 전혀 보지 않는다는 답부터 11시간 동안 창가에 붙어있다는 답까지 다양했지만 보통 5시간 정도를 창밖 보내는 데 쓴다. 고양이가 바라보는 대상은 새가 81.9%로 가장 많았고, 이어 라쿤, 다람쥐, 토끼 같은 소형 야생동물과 나무, 나뭇잎, 꽃 등 식물이다. 다른 고양이나 사람, 자동차, 곤충과 파충류 등도 주요 관찰 대상이었다." (한겨레 2019-08-15 '바깥이 궁금해? 고양이가 창밖을 보는 이유' 참조)


순자의 관심사는 뭘까. 회사를 다니지 않으니 순자를 관찰할 시간이 많아졌다. 순자는 일단 졸리면 잔다. 새벽에 일어나 격렬하게 잠깐 몸을 움직인다(이걸 보고 사람들은 고양이가 야행성일 거라 짐작한다). 사료가 없으면 사료 그릇 앞에 앉아서 기다린다.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아무도 안 오면 안방으로 가서 주인을 깨운다. 주인이 "왜?"라고 물으면 한 번 쳐다보고 그릇 앞으로 달려간다. 밥을 좀 먹는 척하다가 졸리면 다시 잔다. 밖으로 나가고 싶으면 문 앞에 앉아 기다린다.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주인이 안 오면 마구 운다. 문을 열어주면 밖으로 나가서 마음에 드는 박스 위나 마루 위에 놓인 쿠션 비슷한 데 올라가 또 잔다.


아침에도 6시 좀 넘어 나와 간이침대에서 곤하게 자고 있는 순자를 볼 수 있었다. 오늘은 피곤한지 몸을 말지도 못하고 자고 있었다. 내가 순자야, 하고 부르니까 귀찮아서 눈만 겨우 떳다. 물론 대답은 안 했다. 그냥 뭐야? 하는 눈으로 한 번 쳐다본 뒤 다시 다른 데를 쳐다볼 뿐이다. 그러다 눈을 감았다. 순자는 아름다운 자태로 나를 멸시했다.


성준 ) 야, 좀 일어나 봐.

순자)......

성준) 나는 어른이 부르면 자다가도 몸을 일으켰어.

순자) 뭐래. 너는 어른이 아니잖아."

성준) 야.

순자)...... (내가 대꾸를 한 게 실수야)


참으로 깔끔한 순자가 아닐 수 없다. 나는 번번이 순자에게 진다. 사실은 아내에게도 진다. 집에서 이겨서 뭐하나....... 아, 난 밖에서도 맨날 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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