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킹 캣 순자
어쩌다 보니 순자와 나의 활동 시간이 엇비슷해서 곤욕이다. 새벽에 일어나 오디오 프로젝트 대본 작업을 하고 있는데 순자가 달려와 똥구멍을 들이대며 횡포를 부린다. 어서 나의 엉덩이를 두드리라는 것이다. 고양이들은 엉덩이가 쾌락 포인트다. 엉덩이를 두드리다가 머리나 얼굴을 잠깐 쓰다듬으면 애앵 울며 야단을 친다. 딴짓하지 말고 계속 두드려! 사람에게 항문은 부끄러운 곳이지만 고양이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실컷 제 욕심을 채운 순자는 가벼운 방충망 문을 제 발로 열고 마당으로 나가 논다. 예전에 사극 영화에서 옷을 홀딱 벗고 궁녀들과 놀던 상감이 "군주는 무치(無恥)다."라고 뇌깔이던 대사가 생각난다. 최고 존엄은 부끄러운 게 없다는 뜻이다. 행동양식으로 보나 치부 노출로 보나 우리 집의 지존은 순자가 분명하다. 순자는 허랑방탕 자유롭고 새벽부터 세상만사 걱정이나 하는 나는 부끄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