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부 순자

토킹캣 : 말하는 고양이 순자

by 편성준

내가 마당에 나와 있으면 늘 따라 나와 지근거리에서 얼쩡대는 순자. 아까는 플라스틱 걸상 위로 올라가 슬며시 세탁실 문을 열더니 슬며시 거기로 들어간다. 갑자기 세탁에 관심이 생겨 세탁부가 되려나 생각하다가 그럴 리가, 하고는 혼자 웃었다. 잘못하면 세탁기에 빠질 수도 있기에 얼른 쫓아가 다시 마당에 가져다 놨더니 애앵~하며 가볍게 짜증을 낸다.


그래, 순자야. 너도 누군가에게 짜증을 낼 기회가 있어야지. 아저씨가 다 받아줄게. 샌드백이 되어 줄게. 니 짜증 정도는 내가 받아줄 수 있다. 전에 광고회사 다니면서 얼마나 이상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 정말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 사람도 있었고 인간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잘난척쟁이들은 또 얼마나 많았는데. 거기에 비하면 너는 양반이지. 더구나 넌 동물이잖아. 인간은 지구를 망치는 대표적인 존재로 등극했고 동물이 사람보다 낫다는 사실은 각계각층에서 속속 증명되고 있다. 그러니 너는 자부심을 가지거라...... 이게 웬 헛소리냐. 어쨌든 순자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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