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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Jun 30. 2022

도대체 뭐하는 분들이세요?

비 오는 날의 낮술 생성기

오늘은 서울시민대학에서 알게 된 김지희 주임의 주선으로 '반올림'이라는 글쓰기 커뮤니티에서 컨설팅을 진행하는 날이었다. 아침 10시부터 두 시간 동안 이어진 이 모임은 '중·장년 여성들이 모여 자기 글쓰기 및 셀프 출판 과정을 배우는 커뮤니티'였는데, 아무래도 줌 수업에 익숙하지 못한 분들이다 보니 시작하는 데부터 시간이 좀 걸렸다. 줌에서 카메라를 켜거니 오디오를 온으로 놓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모임이 시작되자 매우 재밌는 이야기들이 오갔다.


나는 미리 써오신 글들을 하나하나 본인이 직접 읽게 하고 뒷부분은 내가 받아서 읽음으로써 자신이 쓴 글을 다시 한번 진지하게 리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짐작대로 이렇게 자신의 글을 다시 읽어본 것은 처음이라는 고백이 이어졌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어떻게 써야 쉽게 글을 시작할 수 있는가, 퇴고를 꼭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등등에 대해 말씀드렸다. 컨설팅 도중 내가 썼던 책들과 예전에 썼던 글들을 띄워 읽어 드렸더니 다들 좋아하셨다.


즐거운 마음으로 수업을 끝내고 아내에게 가보니 그녀는 안방에 누워서 스마트폰 게임을 하며 배가 고프다고 말하고 있었다. 나도 배가 고팠다. 오전에 있던 스케줄을 변경한 아내는 내가 줌으로 강연을 하는 바람에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안방에 갇혀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비가 오니 김치찌개를 먹었으며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 동네에 괜찮은 김치찌개를 하는 집이 없었다. 내가 운현궁 맞은편에 있는 '간판 없는 김치찌개 집'을 추천했지만 너무 멀다는 이유로 기각되었다. 결국은 성북천변에 있는 '의정부부대찌개집'에 가기로 했다. 가게로 들어서니 여자 사장님이 오랜만에 오셨다면서 웃는 얼굴로 반갑게 인사를 하셨다. 아내가 페스코 베지터리언을 선언한 이유로 처음 갔으니 일 년이 훨씬 넘은 방문이었다. 그런데도 단박에 알아보고 인사를 해주시는 게 신기했다.

우리는 부대찌개 기본에 라면사리를 추가하고 참이슬 프레시도   시켰다. 아내와 어제 '소행성 책쓰기 워크숍' 통해  책을 출간한 작가 이야기를 했다.  내용은 좋았지만 책을  출판사가 너무 못된 짓을 많이 하는 바람에 저자를 괴롭힌 경우였다. 아내는 '출판사 사장이 양아치'라며 분개했다. 문득 부대찌개  사장님은 우리를 어떻게 보고 계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는 평일에 반바지를 입은 남편과 와서 낮술을 마시는 여자는 그리 일반적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우리가    한옥을 고칠 때도 매일 아침 10시면 내려와서 참견을 하는  보고 "도대체 뭐하는 분들이세요?"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때마다 우리는 "부부가   놀고 있습니다"라고 태연하게 대답했고  대답은 결국 나의   제목으로 변하기도 했다. 점심을 먹기 전까지  시간 가까이 글쓰기에 대해 컨설팅을 하고  나는 가슴속 깊이 문화적 뽕이 차올라서 아줌마가 뭐하는 분들이냐고 물으면 지체하지 않고 ", 저희는 문화사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입니다."라고 대답할 계획이었으나, 여자 사장님은 아무것도 묻지 않으셨다. 나는 현금으로 2만천 원을 내고 밖으로 나와 집까지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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