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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Jul 18. 2022

정지우 작가에게 커피 사 준 이야기

『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에게』이야기

정지우 작가에게서 연락이 왔다. 평소 차분하면서도 깊이 있는 글을 쓰는 분이라 나도 예전부터 한 번 만나보고 싶었는데 정 작가가 먼저 연락을 해온 것이다. 강남에 나올 일이 있으면 점심이나 한 번 먹자고 해서 월요일로 날짜를 잡았다. 만나기로 한 역삼역 GFC는 직장인들로 붐벼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지하 1층 에스컬레이터 옆에서 날렵한 양복을 입고 서 있던 정 작가를 먼저 알아본 내가 인사를 했다. 일단 점심을 먹자고 해서 그나마 사람이 적어 보이는 일식집에 들어가 나는 돈까스를, 그는 무슨 까스 정식을 시켰다.


정 작가는 에세이인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가 드라마로 만들어지게 된 게  신기하다며 축하한다는 말부터 했다. 자기와 친한 선배 웹툰 작가도 요즘 드라마를 하나 만들고 있는데 보통 일이 아니라고 했다는 것이다. 나는 드라마에 윤계상과 정려원이 캐스팅된 건 너무나 큰 행운이라는 얘기부터 시작해 감독과 작가들까지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작품이 드라마화되면 돈을 많이 벌게 되느냐는 질문엔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데 나는 그렇지 못하다'라고 고백했다. 그러나 일단 방송을 타면 원작이 유명해지기 때문에 나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생길 거라는 희망적인 소감도 피력했다.


내가 가방에서 새로 낸 책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 싸인본을 꺼내 내놓았더니 정 작가도 자신의 새 책 『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에게』를 꺼내 사인을 해주었다. 글을 쓰는 스타일이나 장르는 다르지만 역시 작가들은 책 얘기를 할 때가 제일 마음이 잘 맞는다. 정 작가는 내가 예전에 써 준 리뷰가 고마웠다고 했고 나는 내 책이 나올 때마다 언급을 해 준 정 작가에게 고마웠다고 인사를 했다. 아직 친한 사이가 아니다 보니 가시 돋친 농담을 할 기회가 없어서 오히려 좋았다. 내가 책 제목에서 작가님의 결기가 느껴진다고 말했더니 정 작가가 진심으로 기뻐했다. 커피는 내가 살 테니 밖으로 나가자고 했고 정 작가도 흔쾌히 그러자고 하며 계산대로 갔다.


밖으로 나와 조금 걷다가 강남역의 정 작가가 근무하는 법률사무소 옆 건물 지하에 있는 커다란 커피숍으로 들어가 커피를 시켰다. 나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정 작가는 카페라테 종류를 시켰다. 내가 KB국민카드를 내밀었더니 카운터 직원이 지금 '포스 교체 중’이라서 KB국민카드는 계산이 안 된다고 말했다. 다른 카드는 없냐고 묻길래 카카오뱅크카드를 내밀고 있는데 화장실에 갔다 오던 정지우 작가가 대화 내용을 듣고는 자기가 내겠다고 해서 그냥 자리에 가 계시라고 말했다. 잠시 후 직원이 미안한 표정으로 웃으면서 "어떡하죠? 지금 국민카드 하고 카카오카드만 안 되는데..."라고 말했다. 어이가 없었다. 할 수 없이 테이블 위에 있는 가방을 열고 현금이 든 지갑을 꺼냈다. 정 작가가 자기가 계산을 하겠다고 하길래 아니라고, 현금을 내면 된다고 만류한 뒤 다시 카운터로 갔다. 카운터엔 그새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나는 참을성 있게  차례가 되기를 기다렸다가 현금을 내밀었다. 카운터 직원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손님, 저희 매장은 현금이 없는 매장이라서 현금을 받을  없습니다." 하하. 이럴 수가. 아니, 도대체...... 하고 짜증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작가가 다시 신용카드를 들고 카운터로 왔다. 나는 필사적으로  작가를 막아선  계좌이체를 하겠다고, 괜찮으니 자리에  계시라고 외쳤다. 점원이 내민 메모지의 계좌 번호를 세심하게 확인한  만천 원을 이체하는  성공했다.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계좌이체를  하자마자 진동벨이 울려 바로 커피를 받을  있었다. 내가 머그컵에 담아 달라고 했던 음료는 종이컵에 담겨 있었다, 나는  항의를 하려다가 그냥 웃으며 순순히 트레이를 받아 들었다. 점원이 "저희 매장은 머그컵이 없는 매장......"라고 할까, 아니면 "저희 매장은 설거지가 없는 매장으로서..."라고 할까 몹시 궁금했지만 그냥 참기로 했다.


자리로 돌아와 서로의 책에 대한 덕담을 나누며 커피를 마셨다. 정 작가가 사진을 찍자고 해서 기념사진도 한 장 찍었다.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산 커피는 맛이 그냥 그랬다. 그래도 둘은 책 얘기 글쓰기 얘기를 하며 신이 났다. 작가님의 아내분도 성북동을 좋아한다고 하니 다음에 올 일이 있으면 우리 집에서 저녁이나 같이 먹자고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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