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에 대처하는 슬기로운 방법
프리랜스 카피라이터 생활을 하며 강남역 근처 반지하 전세방에서 혼자 살 때 일이다. 하루는 저녁때 혼자 밥 먹기가 너무 싫어서 같이 술 마실 사람을 구한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어여쁘거나 매력적인 여성이 전화를 해서 "어머, 나도 외로웠는데 잘 됐네. 우리 밥만 먹고 깔끔하게 헤어져요."라는 말을 바란 건 아니었지만, 역시 슬픈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는 법이라 건장한 남자 후배 둘이 득달같이 전화를 했다. 한 사람은 살짝 아는 광고 후배였고 또 한 사람은 그 친구를 따라온 카피라이터 지망생이었다.
우리는 내가 자주 가던 동네 삼겹살집에 앉아 고기를 구웠다. 고기가 탔고 내 마음도 타들어갔다. 대화의 주제는 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광고에 있어서 크리에이터들이 가져야 할 자세'였으므로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아 술자리는 끝이 났다. 나는 진정으로 그들에게 미안했다. 외로움을 참지 못하고 드러낸 나의 실수 때문에 그들 역시 유쾌하지 못한 술자리의 기억을 갖게 된 것이다.
그날 이후로 크게 깨달은 게 있다. 기쁜 마음이든 슬픈 기억이든 너무 쉽게 드러내고 살지 말자는 것이다. 당장 내가 지난주 로또 1등에 당첨되었다고 SNS에 글을 올린다고 치자. '그 돈을 함께 쓸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알고 있다'는 전화나 메시지가 빗발칠 것이다. 그저 숨기고 사는 게 최고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돈이 생겼을 때는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