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편성준 Aug 08. 2022

책방무사에서의 김겨울과 오늘 아침 그녀의 책

『활자 안에서 유영하기』

김겨울의 팬이다. 김겨울의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을 구독하고 있고 그의 책을   읽었으니 그의 팬이라 말해도 크게 어긋나는 얘긴 아닐  같다. 게다가 어제는 홍대 앞에 있는 책방무사 서울점에 가서 김겨울 작가를 직접 만나기도 했다. 그가 일일판매사원으로 일하는 날이었기에 '소행성 책쓰기 워크숍' 끝나자마자 서둘러 버스를 타고 책방무사로  것이다. 과연 17 구독자를 가진 북튜버답게 서점은  디딜 틈이 없었다. 내가 이주일 전에 일일판매사원으로 일했던 때와는 비교할  없을 정도로 책을 사러  사람이 많았다.

아내와 나는 요조 사장님에게 먼저 인사를 하고 김겨울 작가에게 싸인도 받았다.  새로 나온 『아무튼, 피아노』나 『책의 말들』은 이미 읽었으므로 내가 모르던 책 『활자 안에서 유영하기』를 샀다. 그리고 '산울림'이라는 술집으로 가 장렬하게 술을 마시고 오늘 아침에 일어나 그 책을 펼쳐봤다. 이 책은  『운명』 『프랑켄슈타인』 『백 년의 고독』 『당신 인생의 이야기』 등 네 권의 소설을 읽고 김겨울이라는 독자이자 작가인 사람이 생각한 것들을 기록한 일종의 독서노트다. 소설책 딱 네 권을 읽고 그 책에 대한 생각만으로 한 권의 책을 완성한다는 것부터 대범한 발상이다. 사실은 서문만 살짝 읽고 덮으려고 했는데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김겨울이 쓴 서문의 어느 한 부분이 눈에 확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기록으로 남기기로 했다.  


꿈이 이뤄지는 것이 꿈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는 것만 줄줄이 늘어놓는 지식 자랑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무자비한 자기연민으로 독자를 질식시키고 싶지도 않았다. 그 세 가지 모두 탁월한 수준에 이르면 그 자체로 훌륭한 작품이겠으나, 셋 중 어느 것도 성취할 자신이 없으므로 내가 책과 나눈 소박한 대화를 최선을 다해 옮겨 적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믿었다.


그저 책과 나눈 대화를 옮겨 적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 책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여성의 권리 옹호』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등이 무시로 등장하는 등 그 깊이감에서 다른 저작들과의 차별점을 예고하고 있다.

김겨울의 유튜브를 시청하다 보면 그가 '전작주의'를 지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마거릿 애트우드든 배명훈이든 켄 리우든 어떤 작가의 작품 하나가 마음에 들면 그의 작품 전체를 다 찾아 꼼꼼하게 읽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작가에 대한 통찰은 물론 작품을 보는 안목도 높아지고 결국 북튜버로서 책에 대해 잘 말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아는 것만 줄줄이 늘어놓는 지식 자랑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라고 밝히고 있으니 어찌 믿음직스럽지 않겠는가.

아마 나는 당장은 이 책을 읽지 못할 것이다. 이번 주는 특히 바쁘다. 그러나 언제든지 펼치기만 하면 마음에 드는 문장과 내용으로 가득한 책 한 권이 책꽂이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즐겁다. 오늘의 독전감 끝.

매거진의 이전글 일요일엔 책을 씁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