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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Aug 23. 2022

박연준의 포로가 되길 권함

책방무사 서울점에서 만난 박연준 시인과 그의 책들

지난 일요일 '소행성 책쓰기 워크숍' 마치자마자 책방무사 서울점으로 달려갔다. 박연준 시인이 일일서점원으로 일하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책방 안은 젊은 독자들로 가득했다. 바로 전날 독서모임인 '독하다 토요일'에서 그의   소설 『여름과 루비』를 함께 읽고 아직 모임 후기를 쓰지 않은 나는 젊은 여성 손님들 사이에서 그의 에세이들을 뒤적이고 있는데 박연준 시인이 "작가님, 시집 사세요, 시집!"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의 정다운 다그침이 너무 좋아서 전부터 사고 싶었던 그의 시집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와 『베누스 푸디카』를 샀다. 싸인을 받으려고 가져간 『쓰는 기분』까지  권을 들고 카운터로 갔더니 " 프리다 칼로 책은 정말 피와 땀으로  건데......"라며 말을 흐렸다. 산문집 『밤은 길고 외롭습니다』를 말하는 것이었다. 책방 매대에는 빨간색 표지로  크리스마스 버전과 일반 버전  가지가 나란히 누워 있었다. 나는 망설이다가 일반 버전을 집어 들었다. 책방 안은 박연준 시인의 날카로운 시심과 간절한 산문 정신이 혼재해 사람들의 분위기를 휘감고 있었다. 카운터에서 바코드를 찍 있는 그는 겸손하지만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요조 사장님에게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 박연준의 책들을 모두 꺼내보았다. 여름과 루비, 쓰는 기분,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보오, 베누스 푸디카,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를  모아 놓았더니 아내가 한숨을 쉬며 ,  작가는 도대체 나이가 몇인데 이렇게 많은 책을  거야. 그것도 ! 이라며 한탄을 했다. 어제오늘 아침에 일어나기만 하면 『베누스 푸디카』를  페이지씩 읽는다. 박연준은 사람을 꽃이라 여기고(사람처럼 느린 꽃이 어디 있담 피었다 지기까지) 우리가 기다리는 자세엔 언제나 슬픔이 들어 있음을 고백한다(손목은 날아가고 욕망은 가난하다)  시집의 제목 '베누스 푸디카' 비너스상이 취하고 있는 정숙한 자세를 뜻한다.  손으로는 가슴을, 다른  손으로는 음부를 가리는 자세를 취하느라 비너스는 손이 자유롭지 못하다. 시집에 나오는 다른 구절(패배를 사랑하는  우리의 직업병) 요조의 베스트셀러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의 제목이 되기도 했다. 어서 박연준이라는 괴물의 포로가 되기를 권한다. 장석주 시인까지 번들로 구매하라.   권도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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