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편성준 Aug 29. 2022

잘 쓴 각본, 뛰어난 구성의 연극 한 편 소개합니다

연극《이카이노 바이크》

에너지 넘치는 연극이 있다고 해서 기대했던 작품 《이카이노 바이크》를 보았다. 제주 4.3 항쟁 이후 살아남기 위해 일본으로 간 한국인들이 오사카의 이카이노라는 곳에 모여 살았다. 대한민국에도 북한에도 속하지 못한 그들은 '조선적'이라는 이상한 국적을 가지고 살아야 했고 늘 일본인들의 차별 속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며 살아야 했다.

이렇게 얘기하면 굉장히 어둡고 비극적인 이야기일 것 같지만 막상 전개되는 내용은 그렇지 않다. 재일교포 3세 김철의 작가가 쓴 극본은 유머와 재미가 넘치고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문화적 감각도 뛰어나다. 무대 위에 낡은 오토바이 하나 놓고 배우들이 외치는 수다와 함성, 치기, 과장된 제스처가 주는 즐거움은 단숨에 50여 년의 세월을 치달으면서도 특유의 에너지를 잃지 않았다.


그러나 마지막에 "돈도 없었으면서...... 돈도 없었으면서 행복을 동경했지."라며 오토바이 위에 앉아 웃는 젊은 수창 수양 남매의 모습을 보며 오열하는 반백의 경우 모습은 너무 찡했다.   각본에 연출의 구성도 뛰어나니 좋은 연극이 되었다. 오늘은 공연이 끝나고 수창  정원영 배우의 막공 인사가 있었다. 팬들의 따뜻한 박수 속에서 인사를 하는 그의 모습이 멋졌다. 아내는 "내일은 공연 없으니까  배우들  많이 마실 거야."라며 웃었다. 좋은 공연을 마치고 마시는 술은  달고 흐뭇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연우소극장에서 9 4일까지 상연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전엔 알 수 없는 가치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