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탄 못된 늙은이

나이를 잘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by 편성준

몇 주 전 우리 동네에 있는 아리랑도서관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어떤 노인이 인도에서 자전거를 타고 역주행 중이었는데 전혀 조심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인도에서 왜 저러시나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여자 아이의 손을 잡고 길을 걷던 어떤 아주머니와 거의 부딪힐 뻔했다. 문제는 그때도 노인이 자전거에서 내릴 생각을 안 하고 "어어어, 앞을 똑바로 봐야지! 아줌마 죽고 싶어?"라고 소리를 질렀다는 사실이다.


아주머니와 아이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졸지에 너무 기가 막혀서 노인을 쫓아가려 했으나 그는 냅다 페달을 밟아 도망쳐버렸다. 명백히 잘못을 저지른 자가 되려 소리를 지르다니 그야말로 적반하장이었다.

"미친 노인네네. 아줌마가 잘못 한 건 아니에요. 저 사람이 잘못 한 거지." 내가 흥분해서 이렇게 외치자 아주머니 얼굴이 약간 풀어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고맙다는 말을 입모양만으로 겨우 남기고 아이와 함께 버스에 올랐다.


나보다 나이 많은 노인을 공경해야 하는 게 도리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는 경우도 많다. 나이가 많다고 누구나 지혜로워지는 것도 아니고 타고난 성격이나 쌓아온 인격이 나이 먹는다고 달라지지도 않기 때문이다. 지난 4월에 아내 후배인 진주와 그 신랑에게 '어른들 말씀 듣지 말라'는 결혼식 축사를 써준 적이 있는데, 그 말이 맞아 들어갈 때마다 우울하다. 나라도 창피하지 않게 사는 지혜를 가져야지, 하고 괜히 주먹을 불끈 쥐어본다. 아야, 아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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