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우 작가와 줌으로 함께 한 글쓰기 토크

by 편성준

어젯밤 9시부터 11시 조금 넘은 시간까지 '정지우X편성준 글쓰기 토크'라는 제목으로 글쓰기 전반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런 형식의 토크쇼는 처음 해보는 거라 여러 가지로 미숙했지만 정지우 작가가 진행을 잘해 주어 다행이었죠. 글쓰기 스타일이 판이하게 다른 두 작가가 같은 질문을 받고 번갈아 대답을 하는 것은 즐겁고도 흥미로운 일이었습니다.

토크쇼 참가 신청 때 미리 받은 질문은 글쓰기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부터 시작해서 잘 쓴 글이란 무엇인가, 일상에서 소재를 찾는 방법을 알려달라,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쓴다는 게 어떻게 가능한가, 하루 중 언제 글을 쓰는 게 제일 효과적인지, 매일 글을 쓸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지 등등으로 이어졌습니다. 미국에서 새벽 5시에 일어나 토크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힌 한 분은 외국에 살면서도 한국어 수필을 쓰는 모임에 참석하고 있는데 형식에 맞춘 글을 꼭 써야 하는지, 짧은 글에도 반전이 있어야 하는지 등등에 대해 물으셨습니다. 고마운 일이었죠. 책을 좋아하고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할 것들을 대표로 물어봐 주신 거니까요.

정지우 작가는 무조건 글을 쓰지 말고 '자기의 맥락'을 찾아보라 했습니다. 리뷰를 쓰더라도 건조하게 바로 내용으로 들어가는 것보다는 왜 그 영화를 보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걸 보면서 예전에 봤던 어떤 작품이 생각난다든지 하는 식으로 생각의 지평을 넓혀가면 훨씬 입체적인 글을 쓸 수 있다는 얘기죠. 유머 있는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은 저는 '유머를 자제하는 게 비결이다'라는 다소 반어적인 대답을 내놓았습니다. 글을 쓸 때 너무 재밌는 걸 쓰려고 하면 부담감이 커져 오히려 실패하게 된다는 얘기죠. 얘기를 듣던 분들은 제 책 제목에 들어간 '살짝'이 그런 뜻이냐고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생활에서 찾은 소재를 어떻게 글로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는 분에게는 문정희 시인의 「그 소년」이라는 시를 소개해 드리기도 했습니다. 삼성동까지 가는 택시 안에서 만난 거친 성격의 운전사가 어린 소년 시절의 일화를 고백하기까지의 얘기를 짧은 글로 훌륭하게 형상화한 작품입니다. 줌 토크를 하는 중간중간 고양이 순자가 와서 참견을 하길래 잠깐 쉬는 시간 정 작가가 물 가지러 간 사이에 아예 순자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순자에게 말하는 능력을 부여하고 콩트처럼 가끔 쓰는 글 '토킹 캣 순자' 이야기를 들려 드렸더니 다들 즐거워하셨습니다.


정지우 작가나 저나 SNS를 통해 많은 글을 발표하고 사람들과 이어지며 사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SNS를 얼마나 하는지, 그러면서도 시간을 빼앗기지 않는 비결이 있다면 무엇인지 묻는 분도 계셨습니다. 정 작가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 SNS를 할 수는 없으므로 퇴근 후 전철 안에서, 또는 깊은 밤에 아이 씻기고 재운 이후에나 잠깐 한다는 대답을 했습니다. 저는 SNS를 할 때 사실 '소통'엔 별 관심이 없고 그저 제 글을 써서 올리는 데에 바쁘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글도 읽기 하죠. 그러나 남의 글을 다 쫓아다니며 읽다가는 제 책을 읽을 시간도 제 글을 쓸 시간도 다 빼앗겨 버릴게 뻔합니다. 그러니까 남의 글을 읽는 것은 약간의 '운'이나 뒤늦게 찾아보기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죠.

언제 어떤 방법으로 글을 쓰는가도 궁금하게 여기시는 것 중 하나였습니다. 저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 혼자 있을 때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편이고 걸어 다닐 때 에버노트를 이용해 메모를 많이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걸으면서 자판을 누르는 건 힘드니까 뭔가 생각이 날 때면 외마디 단어만 써 놓고 나머지는 녹음 버튼을 눌러 녹음으로 담는 거죠. 물론 그날 저녁엔 반드시 메모한 것들을 점검해서 쓸 건 보완을 해놓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합니다. 정지우 작가는 스마트폰을 끼워 세울 수 있는 무선 키보드를 들고 다니며 전철에 서서도 쓰고 침대에 누워서도 쓴다고 했습니다. 그의 반듯하고 깊은 글들이 이렇게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아무 데서나 탄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쓸 생각만 있다면 어디서든 기를 쓰고 글을 쓰는 게 작가들이니까요. 퇴고에 대한 태도와 생각을 물은 분도 계셨는데...... 아, 이러다가 끝이 없을 듯합니다. 이만 절단 신공을 발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떡하면 내 마음에 드는 글을 넘어 많은 사람이 좋아하거나 감탄하는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은 누구나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궁금증이자 바람입니다. 그러니 이런 사소한 토크쇼에 백 명이 넘는 분들이 신청을 해주신 것일 테고요(정 작가가 120명에서 마감을 했다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열심히 들어주셔서 황송한 밤이었습니다. 제가 아는 분들도 와주셔서 더 반가웠고요. 11시 넘어 모임을 정리할 때가 되었을 때 저의 건의로 좋아하는 책을 소개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얼마 전에 읽은 것은 물론 저희 집 마당에서 북토크까지 했던 마야 리 랑그바드의 『그 여자는 화가 난다』를 소개했습니다. '화가 난다'라는 단순한 반복 어구가 주는 창조적 힘은 커트 보니것의 『제5 도살장』의 그 유명한 구절 'So it goes.'만큼이나 놀라운 것이었죠. 할리우드의 시나리오 닥터 로버트 맥기의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도 새삼스럽게 소개했습니다. 정지우 작가는 약간 엉뚱하게 생각하실지도 모르지만, 이라는 단서를 붙이며 조나 버거의 『컨테이저스』를 권했습니다. 아마도 당대의 독자들이 원하는 바를 유추해 내기 위해서는 마케팅 서적을 읽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해서일 것입니다. 그리고 황송하게도 저의 새 책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를 추천하기도 했습니다. 글쓰기에 필요한 책들을 많이 언급한 책이라면서요. 그 마음이 진심이라는 걸 알기에 더욱 고마웠습니다.

11시 15분쯤 모임이 끝나고 줌에서 나왔습니다. 냉장고에서 캔맥주를 하나 꺼내고(자는 줄 알았던 아내가 냉장고 냄새가 난다고 안방에서 소리를 지르더군요) 어제 도서관에서 빌린 이주혜의 장편소설 『자두』를 읽는데 갑자기 졸음이 쏟아지길래 얼른 아내 옆으로 가서 잤습니다. 보통 새벽에 눈이 한 번은 떠져 책을 읽거나 다시 자거나 하는 편인데 오늘은 내쳐 자다가 눈을 뜨니 아침 9시였습니다. 무척이나 피곤했던 모양이네, 하고 피식 웃었습니다. 그래도 너무 즐거운 자리였으므로 나라도 리뷰를 써보자 생각하고 마당 캠핑 의자에 앉아 글을 쓰다가 아내가 밥 먹으라고 해서 밥 먹고 설거지까지 마친 뒤 다시 쓰고 있습니다. 가끔 이런 글쓰기 수다 모임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제 오신 분들이나 정지우 작가도 저와 같은 생각이라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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