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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May 24. 2019

취중 독서

내 마음이 지옥일 때



생일을 맞아 해운대 초원복국에서 오전 음주를 하고 해운대 바닷가에서 철 이른 비키니족들과 잠깐 누워 있다가 스타벅스에 들어와 아내와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이명수의 [내 마음이 지옥일 때]를 읽는다.

어째서 이 책을 몰랐을까. 5년간 다닌 회사에 마지막 출근을 하고 부산 여행을 떠나기 전날 밤 너무 일찍 자서 그런지 새벽에 깬 나는 책꽂이를 서성이다가 이 책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서 꺼냈다. 이명수 선생이 우리에게 보내주셨던 책인데 내가 회사 다니느라 너무 바빠서 그냥 받아놓고 쳐다보기만 하다가 책꽂이에 꽂은 모양이다.

다친 마음을 시로 치유하는 [내 마음이 지옥일 때]. 지금 내게 딱 필요한 책이 기적처럼 왔다. 이처럼 일상엔 작은 기적들이 넘친다. 우리가 모를 뿐이다.

나는 책을 읽으며 다시 보고 싶은 페이지는 위쪽 귀퉁이를 접어놓는 습성이 있다. 그리고 접은 곳은 반드시 다시 펼쳐본다. 이 책은 유난히 접어놓은 페이지가 많다. 아마 다시 음미하고 싶은 시가 많아서일 테고, 그 시에 붙어있는 이명수 선생의 설명이 좋아서일 테다. 책의 제목은 '내 마음이 지옥일 때'지만 일단 읽기 시작한 사람에게는 마음의 지옥을 벗어나 여유 있게 자신을 바라보게 해주는 책이다. 좋지 아니한가. 지옥일 때든 연옥일 때든 언제 읽어도 천국 방향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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