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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May 23. 2019

독후감을 지금 쓰면 안 돼

김탁환의 [대소설의 시대]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18세기 조선에 이렇게 유장한 이야기의 강이 있었다니. 우리에겐 왜 세르반테스  같은 이야기꾼이 없었나 투덜대는 사람들은 김탁환의 신작 [대소설의 시대]을 읽어보라. 왜 대소설인가. 하염없이 긴 소설을 대설(大說)이라 불렀기 때문이다. 이건 중국에도 없었고 일본에도 없었던 이야기의 신세계다.


23년째 <사해인연록>이라는 인기 소설을 줄기차게 연재하던 작가 임두가 갑자기 사라졌다. 의빈으로부터 이 사건을 해결하라는 명을 받은 이명방과 김진의 활약이 시작된다. [이토록 고고한 연예]에도 등장하던 쥐 영감의 세책방을 중심으로 '비탈을 구르는 눈덩이처럼, 여자 작가들과 여자 독자들이 호응하여 커진 상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새벽에 일어나 김탁환의 [대소설의 시대] 1, 2권을 다 읽었다. 끝나는 게 아까워 일부러 천천히 읽었는데도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저 혼자 달려가더니 어느덧 끝이다. 이 소설은 18세기 조선에서 융성했던  대소설을 소개하며 펼치는 소설론이요, 인생론이요 엔터테인먼트다. 캐스팅도 화려하다. 주인공인 김진과 이명방은 물론 김덕성, 김홍도, 정약용이 나오고 병풍 뒤를 잘 살펴보면 정혜신, 이명수, 스티븐 킹도 출연한다. 김탁환이 이전에 지어낸 방각본 살인사건, 조운선 침몰, 거짓 열녀 색출 사건까지 모두 연결되어 있는 종합 선물세트다.


독후감을 쓰려고 처음 읽을 때 접어 놓았던 부분들을 다시 펼쳐 메모를 하다가 멈췄다. 이렇게 재미있는 소설 독후감을 여행지에서 삼십 분만에 휘리릭 써버릴 수는 없지. 서울에 가서 맑은 정신으로 더 길게 써보자. 책 뒤에 붙어있는 길고 긴 참고 문헌 목록만 봐도 어질어질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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