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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Sep 16. 2022

김창완과 요조

소금책 : 요조의 『일상 51선』


유명인 중에 부러운 사람을 하나만 대라고 하면 나는 언제나 김창완을 생각했다. 1977년에 데뷔할 때부터 김창완은 내게 '창조'의 대명사였다. '아니 벌써'라는 곡은 이전의 그 어떤 음악과도 달랐고 산울림이라는 밴드는 최소한의 멤버로도 기존의 게으른 장르 구분을 깨부수는 통쾌함이 있었다. 그는 글도 잘 썼고 심지어 연기도 잘했다. 황인뢰·주찬옥 콤비가 만들어낸 명작 드라마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다큐멘터리 작가로 나왔던 김희애에게 얼굴을 찡그리며 "내 연출에 무슨 불만 있어요?"라고 묻는 그를 보고 깜짝 놀랐다. 연기를 너무 잘해서. 그런 그를 더 좋아하게 된 것은 어떤 인터뷰 기사를 읽은 후였다. 그는 어떻게 음악과 연기, DJ까지 그렇게 다 잘할 수 있느냐는 인터뷰어의 질문에 '사실은 나도 매번 허덕허덕 겨우 하는 것이다'라고 대답했기 때문이었다. 뭐든 어렵지 않게 해내는 것처럼 보이는 그 역시 힘들다는 고백은 '나만 힘들게 사는 거 아닌가?'라는 나의 어리석은 의심을 달래주는 봄비 같았다.


김창완에 이어 그런 위로를 느끼게 해 준 사람은 요조다. 홍대 앞 인디밴드 멤버로 시작해 유명 싱어송라이터가 된 요조는 곡을 잘 쓰는 건 물론 글도 잘 쓰고(일단『아무튼, 떡볶이』를 읽어보시라)  강연이나 방송도 능숙하게 한다. 심지어 제주도와 서울에서 서점을 두 곳이나 운영하고 있는 데다가 예쁘기까지 하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을 읽어보면   그가 얼마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자기 불신에 시달리는지 알게 된다. 요조 가 '책방무사'에서 펴낸 작은 책 『일상 51선』을 보면 신문에 칼럼을 연재하는 중에 누군가 '칼럼 잘 보고 있어요'라고 할 때마다 고맙다는 말 대신 "왜죠? 왜 잘 보고 있죠?"라고 시비를 건다니 그 '자신 없음'은 가히 국보급이다.


, 이제  자신 없음과 자기 불신을 직접 목격할 기회가 왔다. 오늘 그를 성북동 소행성에 모시고 '소금책' 연다. 위에서 얘기한 『일상 51선』을 가지고 진행하는 이번 소금책은  분만에 신청이 마감되었다. 아마도 재능 많고 걱정도 많은 요조의 진면목을 직접 목격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서일 것이다. 그러나 '자신 없는 요조' 기대하고 왔다가 막상 그가 뿜어내는 아우라에 배신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참고로 요조에게 뭔가 전해줄  있어서  아침 일찍 그의 집으로 들어갔다가 나온 아내는 "예쁜 사람은 방금 일어났는데도 예쁘더라."라고 짜증을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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