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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Sep 18. 2022

요모 모조 즐거웠던 요조와의 소금책 행사

소금책 : 요조의『일상 51선』

음악인이자 작가이면서 동시에 '책방 무사' 사장님이기도  요조 작가가 9월의 소금책 주인공으로 왔다. 평소 자기가 '날씨의 요정'이라고 주장하던 윤혜자 씨도 비가 오고야 말겠다는 일기의 단호함은 어쩔 수가 없었다. 좁은 마당에서 하던 행사 장소는 마루로 옮겨짐으로써 참가 인원이 16명으로 제한되었는데 역시   만에 신청이 마감되었다. 그래도 '16+요조+편성준+윤혜자+ 이소연(해금 연주자)+권은중(다음  작가)+김대영(책보냥 주인)+김혜민(손님방 거주자)+임세미 (주방 보조)'까지 하니까 어느새 스물네 명이었다. 윤혜자 씨는  오는  좁은 마루에  손님들을  어떻게 들일까 레이아웃을 구상하느라 머리에 쥐가  지경이었다. 『아무튼, 떡볶이』의 저자답게 북토크 메뉴는 떡볶이와 꼬마김밥, 그리고 와인이었다. 윤혜자 씨가 돈암시장에 가서 밀떡을 비롯한 떡볶이 재료를  왔고 저녁 6시부터 일찍  일을 돕기 시작한 임세미 씨가 김밥을 같이 말았다. 윤혜자 씨는 혼신을 다해 명랑하게 부엌일을 거드는 임세미 씨에게 감탄했다. 사람이 이래야 한다는 것이었다.


모더레이터를 맡은 나는 "어두운 면과 밝은 면, 그리고 엉뚱한 구석까지 다 요조"라는 행사 타이틀을 이야기하며 20대에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주인공인 '요조'를 이름으로 삼게 된 배경에 대해 질문했고 내친김에 '떡볶이'를 소재로 자서전을 쓰게 된 경위도 물었다. 그리고 북토크의 주제 도서였던 『일상 51선』에서 한 대목을 낭독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참가자 임소진 씨가 '반복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이나 동력, 에너지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질문을 해서 요조 작가가 대답하기도 했다.

중간에 해금 연주자 이소연 씨가 두 곡을 연주했는데 두 번째 곡으로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를 연주함으로써 요조 작가를 놀라게 했다. 이소연 씨는 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 이수자이면서 동시에 요가 명상 지도자로도 활동 중인데 '소행성 책쓰기 워크숍'에서 우리와 함께 글을 쓴 게 인연이 되어 모신 것이었다. 비가 오는 저녁 한옥에서 해금을 통해 듣는 요조의 노래는 각별했다. 출판기획자 윤혜자 씨의 기획력이 돋보이는 순간이었고 연주 도중 테이블 위로 뛰어오른 순자의 활약 역시 빛났다.


참가자 중 김해숙 선생이 오늘 요조 북토크에 간다고 했더니 아들이 '홍대 여신' 만나러 가느냐고 했다는 얘기를 하자 요조 작가가 '홍대 여신만 아니면 무엇이라도'라는 의견을 피력했고 중간에 내가 나서서 "홍대 여신 싫어하는 얘기는 이 책 《IVE 매거진》에 자세히 나와 있으니 이 책을 구입하시라'라고 해서 요조 작가로부터 '영업을 잘한다'는 칭찬을 듣기도 했다. 대전에서 오신 분도 있었을 정도로 워낙 요조의 팬들이 많아 분위기가 좋기도 했지만 북토크 자체만으로도 재미있고 즐거운 자리였다. 9시에 행사가 끝난 뒤 오랫동안 사람들이 줄을 서서 저자 싸인을 받았고 남은 떡볶이도 와인과 함께 즐겼다. 평소 뭘 많이 먹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요조 씨가 떡볶이를 진지하게 계속 먹는다고 윤혜자 씨가 기뻐하기도 했다. 나는 와인에 취해 꾸뻑꾸뻑 졸다가 윤혜자 씨의 권유로 안방으로 들어가 잤는데 윤혜자 씨는 사람들이 다 돌아간 뒤에 배가 고파서 라면을 끓여 먹었더니 아침에 얼굴이 부었다며 투덜거렸다.

윤혜자 씨의 부은 얼굴 말고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북토크였다. 다음엔 한겨레 기자로 일하다가 뒤늦게 바람이 들어 이탈리아로 파스타 유학을 떠났던 권은중 작가를 모시고 소금책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으니 많은 기대와 참여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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