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편성준 Sep 30. 2022

우리는 이렇게 센 영화도 만들 수 있어!

김홍선 감독의 《늑대 사냥》

"야, 우리 작전 극비 아니었어? 뉴스에 나온다, 뉴스에..." 형사반장 박호산이 항구로 들어오는 죄수를 실은 배 '프론티어 타이탄'을 기다리며 하는 말이다. 김홍선 감독의 영화 《늑대 사냥》은 필리핀으로 도피한 인터폴 수배자들을 거대한 배에 실어 국내로 들여온다는 아이디어로 출발한다. 그런데 그 배가 그냥 곱게 들어오면 영화가 되겠는가. 배 안의 경찰 중엔 범죄 집단의 일원이 숨어 있고 적은 돈에 양심을 파는 의사와 철없는 간호사도 타고 있다. 범죄자가 배 안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산의 경찰본부에도 범죄에 연루된 중요한 인물이 숨어있다.

그러니 결국 배 안에서 사람이 죽어나간다. 칼에 찔리고 총에 맞고 주먹에 맞아 죽기도 한다. 너무나 많은 사람이 죽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거기에 일제강점기 시절 만들어진 괴물까지 괴력을 자랑하며 등장해 사람을 쳐 죽이고 찢어 죽이고 밟아 죽인다. 폴 베호벤이 《스타십 투루퍼스》를 만든 건 외계인 타격을 통해 살육의 쾌감을 만끽하기 위해서라고 들었는데 늑대 사냥이라는 영화에서는 그런 고민도 없다. 마치 피가 터지거나 살이 뭉개지고 뼈와 근육이 뜯겨 나가는 게 영화를 만들고 보는 목적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등장인물들은 서로를 잔인하게 절멸시킨다. 좋은 편이든 나쁜 편이든 생각이 어떻든 어차피 다 죽는다는 게  굉장히 쿨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만 괴물의 발이 움직일 때마다 느껴지는 중량감이 좀 오버 아닌가 싶었고 성동일과 통화를 하며 나체로 뭔가(?)를 하는 남자의 모습, 그리고 그걸 보면서도 동요하지 않고 깍듯이 인사를 하는 여성 부하 등은 너무 멋을 부린 장면이라 좀 웃겼다.

그러나 이게 옥의 티라는 건 아니다. 이 작품은 옥도 아니고 작품에 티가 많아도 너무 많다. 어쩌면 이건 단점이자 동시에 장점이기도 한데, 서인국 정소민 장동윤 성동일 박호산 고창석 장영남 손종학 같은 한다 하는 배우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끝까지 폭력 수위를 밀어붙인 걸 보면 이 프로젝트는 '영화는 세야 맛이지!'라는 팬들의 원초적 욕구를 프랜차이즈 하겠다는 야심이 느껴진다. "우리는 이렇게 센 영화도 만들 수 있어!"라는 어린아이의 뻐김이 그대로 키덜트들의 낄낄거림으로 수십 년을 건너뛸 수 있는 스토리텔링 구조인 것이다.

컬트 영화의 시초인 《록키 호러 픽쳐 쇼》나 《이블 데드》 같은 영화도 개봉 당시 차트에서 빛나기보다는 골수팬들의 '팬질' 의해 금요일 밤마다 다시 살아나곤 했으니까.  영화 역시 그렇게  확률이 높다. 다만 흥미롭다. 개연성 부족이란 이유로 '피와 폭력만 난무하던 해프닝'이라 여겨질지 아니면 폭력을 사랑하는 영화 팬들에게 ' 묻은 프라모델' 새롭게 태어날지   지켜보고 싶어지는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직장인도 글을 써야 성공하는 시대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