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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Oct 03. 2022

따뜻한 마음이 들어 있는 책

『김탁환의 섬진강 일기』

비가 온다. 아침에 아내와 동네에 있는 전주콩나물국밥집까지 가서 국밥을 먹었다. 아침 10시경인데 가게 안은 등산객들로 빼곡했고 막걸리를 마시며 떠드는 남자 손님들의 목소리가 엄청 시끄러웠다. 내가 YTN 뉴스를 보며 "인니가 인도네시아야?'라고 아내에게 물었다. 인도네시아 축구장에서 관객들이 난동을 부려 125명이나 사망했다는 것이다. 아내도 깜짝 놀란다. 어떻게 난동을 부렸길래 사람이 그렇게 많이 죽는단 말인가. 밥을  먹고 계산을 하다 보니 남자들이 떠드는  아니라  남자가 혼자 떠드는 것이었다. 막걸리잔을 손에  그는 아예 고함을 치듯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목소리로 얘기를 하는 사람을 보면 조금 슬퍼진다. 사는  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집에 와서 이런 날은 따뜻한 마음이 들어 있는 책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김탁환 선생이 쓴 『김탁환의 섬진강 일기』를 꺼내 아무 데나 폈더니 12년 동안 출연했던 SBS 라디오 <책하고 놀자> 마지막 날 이야기기가 나온다. 최영아 아나운서, 강의모 작가 등 아는 분들 이야기라 반가웠다. 김탁환 작가는 여기 출연해 매번 대본도 없이 존 스타인백, 필립 로스, 아니 에르노, 막심 고리키, 존 버거, 가즈오 이시구로, 오르한 파묵의 작품들을 소개했다고 한다.

섬진강 옆 집필실 이름을 '달문의 마음'이라 정하고 현판을 달 때의 얘기도 나온다. 이때쯤 나도 거기 내려가 선생을 만났다. 마을 소설가로 살아갈 결심을 한 뒤 곡성 사람들을 모아 놓고 북토크를 하는 김탁환 선생의 다정한 모습이 그려진다. '퇴고하는 고양이' 도담이 얘기도 따스하고 소설 『당신이 어떻게 내게로 왔을까』에 등장하던 베짱이 도서관 등 도서관 순례 얘기도 반갑다. 농부과학자 이동현, 소리꾼 최용석, 소설가 김탁환 세 사람이 모여 생태학교를 여는 이야기를 읽는다. 충북 괴산에 있는 '숲속작은책방'을 연 백창화 대표가 김탁환 작가의 백탑파 시리즈를 애독하고 그 소설에 나오는 박제가의 문집 『백탑청연집』에서 두 글자를 따 자신의 집 이름을 '청연재'로 정한 것도 오늘에야 알았다.


잠시 따스해진 마음을 어루만지며 책을 덮는다. 내일 마감인 칼럼을 마저 쓰기 위해서다. 비가 온다. 고양이 순자가 같이 놀자고 길게 운다. 사실은 웃고 있는데 내가 운다고 표현하는 것일 게다. 얼른 칼럼을 마감하고 오늘 저녁에 있을 '소행성 책쓰기 워크숍' 과제를 꼼꼼히 읽어야 한다. 비가 와서 마음은 가라앉는데 몸은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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