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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Oct 10. 2022

고맙고도 황송한 일

최보기 선생의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리뷰

『최보기의 책보기』, 『공무원 글쓰기』, 그리고 최근에 『내 인생의 무기』를 쓰신 최보기 선생이 제 책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를 읽고 리뷰를 써주셨습니다. 아내가 알려 주길래 깜짝 놀라 리뷰를 읽어보니 제가 책에서 했던 ‘유머 옆에는 페이소스가 있어야 한다’부터 ‘무조건 쓰되 혼자 쓰지 말고 남에게 보여줘라’ UX라이팅이 독자 입장에서 쓰는 글이란 얘기까지 조목조목 다 짚어주신 것이었습니다. 선생이 제 책을 얼마나 꼼꼼하게 읽어주셨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너무 고맙고 황송한 일입니다. 그러나 무조건 고마워하고 황송해 하기보다는 ‘이렇게 훌륭한 작가도 알아보는 명저’라고 아전인수 해석을 하고 싶은 마음 또한 간절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오늘 아침에 괜히 이 책을 한 번 들춰봤는데, 제가 읽어도 약간 재미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에겐 그런 얘길 하면 비웃음만 살 것 같아 못하고 아내에게만 지나가는 말처럼 했더니 너무 지나가는 말처럼 했는지 아내는 별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최보기 선생이 이렇게 멋진 리뷰를 따악 써주신 것이었습니다.


아, 정말 고마운 리뷰를 공유합니다. 이 리뷰를 읽으시고 마음이 동하신다면 제 책을 한 권 사서 읽으시거나 친한 분께 선물하십시오. 최소한 욕은 먹지 않게 썼다 자부하니까요. 그럼 부탁드립니다. 저는 최보기 선생의 『내 인생의 무기』를 사러 가느라 바빠서 이만. 감사합니다.




최보기의 책보기 2022.10.10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

(편성준 지음. 북바이북 펴냄)


8, 9월 책 소개가 뜸했던 것은 『내 인생의 무기』 코가 석자인데 남 책 선전해줄 겨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무슨 저자가 자기 책 선전을 저렇게 하냐, ㅉㅉ' 하신 몇 분이 페친을 끊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만, 책을 한 권이라도 출판해 보신 분은 저자의 심정을 이해할 것입니다. 그 책 팔아 떼돈 벌겠다는 마음보다 출판사에 손해를 끼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또 노벨상에 근접하도록 훌륭한 책인데 무명의 저자이다 보니 미처 알려지지 않아 빌빌거리는 책을 보면 안타깝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런 염려를 좀 벗어나도 되는 상황인지라 편성준의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를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저자 편성준은 이전에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를 냈던 카피라이터 출신의 ‘좀 웃기는 작가’입니다. 그의 신간으로 현재 인기리에 팔리는 <읽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자기소개서에서 UX라이팅까지 ---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의 핵심 주장은 “쉽게 써라. 유머와 위트를 양념으로 쳐라. 무조건 쓰되, 혼자 쓰지 말고 남에게 보여줘라. 꾸준하게 써라.”입니다. 이거 아주 낯익은 말들입니다. 스테디셀러인 『공무원 글쓰기』의 주장과 많은 부분에서 일치합니다. 다만, 후자는 공무원들의 문서작성에 초점을 맞췄을 뿐입니다. 글을 열심히 쓰다 보면 ‘어떻게 써야 잘 먹히는 글’인지에 대한 생각이 같아지는 것 같습니다. 세상사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저자는 가장 앞서 ‘유머와 위트는 너무 잦게 쓰기보다 양념처럼 적당히 써야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작위적인 개그 각본이 아니라면 100% 맞는 말입니다. 어떻게 양념을 잘 칠지, 왜 페이소스(이게 어려운 말인데, ‘웃픈 공감’ 정도 되겠습니다.)가 있는 유머여야 하는지 저자의 상세한 설명이 책에 있습니다. 거기에 하나 첨언하자면 결국 ‘글쓰기도 양념도 감각’입니다. ‘이 대목에서 웃기게 써야지’ 해서 웃기게 써지는 것이 아니라 부지런히 쓰다 보면 낚시꾼이 포인트 짚듯 유머와 위트가 발현된다는 것이 제 경험입니다. 대개 ‘글이 맛깔스럽다’는 평가는 유머와 위트가 적당할 때 많이 나왔습니다.


‘무조건 쓰되, 혼자 쓰지 말고 남에게 보여줘라. 꾸준하게 써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제 경우 페이스북이 아주아주 훌륭한 글쓰기 훈련장이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글감이 잡혀 써서 올린 후 페친들의 호평과 댓글이 이어질 때 기분은 겪어보면 압니다. 낚시꾼이 느끼는 손맛, 아마도 그럴 겁니다. 글쓰기 특강 때도 페북의 장점을 수도 없이 강조합니다. ‘페북이나 카톡은 24시간 글쓰기 훈련장이니 짧더라도 가로, 세로, 대각선 제대로 갖춘, 문법과 문장에 충실한 글을 쓰려고 노력하라’고 강권합니다. 그럼 글쓰기 연습이 생활화된다고.


저자 편성준의 첫마디는 “이 책은 독서를 좋아하지만 글쓰기는 해본 적 없는, 그러나 ‘나도 쓰면 잘 쓸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진 ‘당신’을 위한 책이다. 글쓰기를 처음 시도했는데 글이 잘 써진다면 굳이 이 책을 볼 필요가 없다. 하지만 생각만큼 잘 안 써지는 ‘당신’에게는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입니다. 책을 읽어보니 거짓말이 아닙니다. 후자인 ‘당신’이 자신 있게, 재미있게 읽히는 글을 쓰는 요령이 60개 이야기로 깔끔하게 정리됐습니다. 그거 일일이 말씀드릴 시간은 없고, 또 그럼 책을 안 사게 되니 생략합니다. 직접 사서 공부하시기 바랍니다. ‘UX라이팅’은 ‘사용자경험 글쓰기’인데 ‘독자 입자에서 글을 쓰라’는 말입니다. 이 또한 당연하고 중요한 글쓰기 준칙입니다.


매우 중요한 사실은 ‘문장을 짧게, 쉽게, 간결명료하게 쓰라’는 『공무원 글쓰기』와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를 함께 공부하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글쓰기를 어떻게 할지 자세를 보시려면 『내 인생의 무기』를 함께 읽을 것을 권장합니다. 그 또한 금상첨화!


마지막으로 마침 오늘 페이스북에 올린 제 글의 ‘감각적 유머와 위트’의 실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제가 아는 분의 친구분이 대학교수 출신인데 인근 아파트 단지 관리소장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만큼 요즘 아파트 관리, 경비실에 근무하는 분들의 전력이 만만치않음을 이 게시문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명필은 펜촉에 잉크 묻혀 한문, 한글을 썼던 세대가 아니면 나오기 힘듭니다. 문장도 빈틈이 없습니다. 마지막에 '있읍니다'를 쓴 것으로 봐서 이분은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58년 개띠' 이상임이 분명합니다.”


 글에서 유머와 위트는 ‘ 드물다는 굳고 정한 58 개띠 있습니다. ‘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 백석의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마지막 구절입니다. 저는 평소 글쓰기 특강  ‘베끼기(패러디) 실력이다.  베끼자. 하늘 아래 첫문장 없다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퐈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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