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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Oct 08. 2022

베스트셀러에 대한 힌트를 주는 소설

손원평의 『튜브』


자살을 하려고 한강다리 난간 위에 서 있던 남자는 추워서 자살을 포기하고 서울역으로 간다. 11월의 이상기온으로 밤에도 20도가 넘을 거라는 기상청의 예보가 맞지 않는 바람에 당시 기온은 영상 2도였던 것이다. 절대온도보다 중요한 건 체감온도라고 중얼거리며 다리 난간에서 물러선 남자 김성곤. 죽기로 결심한 사람이 추워서 포기한다는 것부터가 죽을 자세가 안 되었다는 반증이다. 그는 서울역에서 멍하니 전광판을 바라보다가 자세를 바꾸면 인생이 달라진다는 의자 광고 카피를 읽고 '혹시 나도 자세를 바꾸면 미래가 바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상을 바라보는 자세가 아니라 진짜 몸을 가누고 움직이는 자세 말이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몸의 자세를 바꾸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자세까지 바꾸게 한다. 소설의 주인공 김성곤 안드레아는 인생의 끝에서 변화를 꿈꾸게 된 것이다.


이런 소설의 특징  하나는 유치할 정도로 메시지가 직선적이라는 것이다. 작가는 순진하고 거침없는 문장으로 작가의 의도를 설명한다. 어쩌면 아마추어가  문장처럼 느껴질 정도다. 동화처럼 옳은 말만 던지는 현자가 등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건 베스트셀러의 특징이기도 하다. 작가의 그런 문장과 태도에 많은 독자들이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불편한 편의점』도 그렇고  소설도 그렇다. 직선적이고 심플한 주제에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더한 이야기는 언제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 이건 작가가 독자들에게 전하는 편지로구나. 지금은 뭔가  되더라도 실망하지 말라고, 원래  되는  당연한 거라고, 그러다가  되기도 하니까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고. 공감과 응원을 원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맞는 메시지다.


바람둥이 남자들이 여자를 꼬시는 말을 제삼자가 옆에서 듣는다면 너무 유치하고 기름져서 피식 웃거나 화를 낼 것이다. 그러나 내가 그 여자의 입장에 되어도 그렇게 들릴까.  베스트셀러를 대하는 나의 교만함을 반성해야겠다. 약간은 싱겁고 투박해도 베스트셀러가 주는 미덕은 이런 것이다.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힘 빼고 편하게 전해주는 것. 사람의 마음을 얻는 방법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며 책장을 덮었다. 100만 부가 팔린『아몬드』를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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