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편성준 Oct 23. 2022

뭘 좀 아는 아재가 건네는 정갈한 지혜

오인태의 『밥상머리 인문학』

우리나라에서는 나이가 많거나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을 선생이라 부른다. 그리고 학교에서 가르치는 사람도 선생이라 칭한다. 그런데 오인태는 시인이면서 동시에 교육자이기도 하니 선생이라 부르지 않을 도리가 없다. 대개 나이가 많고 인정을 받는 위치에 오르면 꼰대가 되기 십상이지만 오인태만큼은 예외다. 그는 매일 아침 스스로를 위해 상을 차리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개다리소반에 정갈하게 차려내는 밥상엔 제철 음식과 맑은 국 말고도 쓸쓸함의 힘으로 길어 올린 지혜와 성찰이 숭늉처럼 구수하게 퍼진다. 그렇게 밥상머리에서 건네던 소박한 가르침들이 '밥상머리 인문학'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 요즘은 아침을 굶는 사람이 태반이지만 예전엔 식구들이 머리를 맞대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아침이었다. 시인의 아버지는 소학교도 다니지 못했으나 국문이든 한문이든 막힘이 없었고 한 번 말문을 떼었다 하면 달변이셨는데 단 한 번도 아내에게 반찬 투정이나 핀잔을 주지 않았고 밥상머리에서 자식들에게 훈계조로 나무라거나 우격다짐하지  않았다고 한다. 밥상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로 자식들을 가르친 것이다.


성격이든 식성이든 아버지를 닮은 오인태는 높은 지위나 재산을 탐하는 대신 소박한 선생의 자리를 탐한다. '난세(亂世) 시인에게 축복'이라는 말을 두보가 했던가. 세계가 아프면 시인도 아프다고 말하는 그는  혼자  되길 바라지 않고 공동체 의식을 돌아보며 사람의 도리와 품격이 함께 높아지는 세상을 꿈꾼다.  쉼표 없는 문장은 얼마나  가쁘던가, 라며 여유의 가치를 일깨우고 받는 행복에서 주는 행복으로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자고 권하기도 한다. 나이에 비해  따뜻하고 세련된,  마디로   아는 아재인 것이다. 더구나 혼자 차리는 밥상이므로 사심이나 이해관계가 끼어들 일이 없다. 마음은 비우고 가슴은 열어도 된다. 이런 밥상은 아무리 급하게 먹어도 절대 체하지 않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출판사 사장님의 항의 전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