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편성준 Oct 29. 2022

'사는 거 별 거 없음'을 최대한 요란스럽게 하는 방법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1

스포일러 없이 봐야지 하는 마음에 양자경이 나오는 영화라는 것만 알고 극장에 들어갔다. 아, 이 영화를 만든 다니엘 콴과 다니엘 쉐이너트 감독이 박찬욱 감독의 미국 7부작 드라마 《동조자》의 4,5,6,7회 연출자라는 걸 오동진 기자의 페이스북 담벼락에서 미리 읽긴 했다. 댓글에 달린 김태훈 평론가의 "끝내줘요."라는 말도 믿어 보기로 했다.

2

빨래방에 딸린 사무실 책상 위에서 영수증 더미를 바라보며 한숨 쉬는 양자경의 모습을 봤을 때만 해도 그냥 그런 휴먼 드라마일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국세청 엘리베이터 안에서 남편이 안경을 벗고 우산을 펼치는 순간부터 이 영화에 왜 양자경이 나와야 하는지 이유가 분명해졌다. 이건 무술 고수가 출연하는 멀티 유니버스, 다중 우주, 패럴렐 월드 영화였다.

3

패럴렐 월드는 SF 소설과 영화의 단골 소재다. 그런데 여기에 이민자 가정, 세금, 이혼, 절대악, 퀴어 이야기까지 얹히니 롤러코스터가 따로 없다. 양자경은 수많은 멀티 유니버스에서 각각 다른 인생을 사는데 그중에서도 핫도그 손가락과 돌멩이 두 개 상태가 제일 웃겼다. 피자 가게에서 광고판 돌리는 알바생 양자경이 무술 하는 양자경으로 겹치는 비주얼 코드도 너무 코믹하고 좋았다. 박찬욱 감독이 왜 두 다니엘을 선택했는지 알 것 같았다.

4

양자경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 배꼽을 잡고 웃다가도 나중엔 눈물이 핑 돌았다. 그런데 이 모든 야단법석이 겨우 엄마와 딸 화해시키느라 벌였던 수작이었냐는 질문을 그대로 뒤집어 보면 우리가 살면서 추구해야 할 가치라는 게 뭐 그리 대단할 것도 없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다정하게 굴고 따뜻한 마음이 살아 있는 게 누구나 바라는 행복의 조건이라는 것이다.

5

영화나 연극을 본 직후 그걸 재연하는 취미가 있는 아내는 대학로를 걸어가며 손가락을 핫도그처럼 늘어뜨렸고, 나는 페이스북에서 오지혜 배우가 쓴 영화 리뷰만 읽고 다른 리뷰는 읽지 않기로 결심했다. 오 배우의 글을 읽고 양자경 남편 역을 한 키호이콴이 인디아나 존스의 그 꼬마라는 사실, 국세청 직원이 제이미 리 커티스라는 사실을 알았다.

6

영화 스틸컷을 찾으러 들어갔다가 처음으로 CGV 어플에 실관람평을 썼다. "세상 사는    없다는  아주 요란하게 보여주는 영화. 멀티버스이자 패럴렐 월드를 다루는  영화에  양자경이 나와야 하는지도 이유가 분명하다. 상상력의 승리. 박찬욱 감독이   감독들을 선택했는지   같다."라고 썼다.

매거진의 이전글 멋지다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