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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Nov 26. 2022

글 쓸 소재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당신께 권합니다

강미영의 『사진으로 글쓰기』

글쓰기 강연을 하러 가면 반드시 듣는 질문이 있다. 도대체 뭘 써야 하냐는 것이다.

"작가님은 어떻게 그렇게 매일 쓸 얘기가 생겨요?" 미칠 노릇이다.

대답하기가 막연해서 좀 어이없기까지 한 이 질문은 그러나 지금도 전 세계 모든 글쓰기 강연장에서 반복 생산되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질문을 받으면 '일단 숨을 쉬듯 메모 하시라'라고 말씀드린다. 우리가 가진 기억력이라는 게 너무 형편없어서 뒤돌아서면 바로 날아가 버리기 일쑤니까요. 기억을 벽에 붙여 놓는 압정이 바로 메모라니까요, 하고.


그런데 다른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도 있다. 강미영 작가는 사진이 글쓰기의 원천이라고 말한다. 곧바로 임지영 작가가 떠올랐다. 그는 그림이야말로 글쓰기의 화수분이라고 말한다. 그가 쓴 『그림과 글이 만나는 예술수업』에는 마음에 드는 그림을 지그시 쳐다보고 15분 간 글을 쓰는 방법이 나온다. 그 짧은 순간에 놀라운 글들이 튀어나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의 비뚤어진 마음은 '임지영 선생이야 화랑을 경영했던 작가니까 그랬던 거고, 이 사람도 사진상담심리사니까 그런 소릴 하는 거겠지.'라고 중얼거린다. 그런데 그 생각을 하며 무심코 스마트폰을 슬쩍 만지니 그 안에도 사진이 수천 장 있다는 깨달음이 온다. 아, 그렇지.  우리에겐 스마트폰이 있었지!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로 세상 사람들 모두 사진가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마트폰을 사는 건지 카메라를 사는 건지 모를 정도로 카메라의 기능을 자랑하는 광고가 많아졌다. 반면에 역기능도 생겼다. 여행을 가서 바라보고 감탄하는 걸 카메라에 맡기고 관찰을 멈춰버린 것이다. '사진으로 글쓰기'는 그렇게 멈춰 버린 관찰을 되살릴 수 있는 역설의 방법론이다. 저자는 글을 잘 쓰려하지 않고 사진에 보이는 걸 담담하게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말한다. 사진에 들어 있는 이야기를 꺼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여행기도 마찬가지다. 강미영 작가는 이강훈의 『나의 지중해식 인사』에 나온 할아버지 예를 들며(자신의 사진과 손자 사진 두 장을 들고 와서는 한 장의 사진에 담기도록 카메라로 찍어 달라는 부탁을 한다) '그 어떤 완벽한 가이드북에서도 이 할아버지를 찾아가는 방법을 설명해 주지 않는다. 같은 장소를 찾아가더라도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으며 할아버지가 다시 사진을 가지고 와서 찍어달라고 할 일은 아예 없다. 작가만의 고유한 이야기가 완성되는 순간이다.'라고 쓴다. 그야말로 사진이 없으면 쓸 수 없는 글에 대한 얘기다.


책의 뒷부분에 나오는 《 슬기로운 의사생활》 얘기도 재밌다. 드라마 속 인물인 이익준(조정석)은 "나 어제 우주랑 공원에 갔는데 꽃 사진만 6,000장....... 나 진짜...... 내가 꽃을 찍고 있더라니까....... 꽃에 꽂혀가지고......."  웃음과 눈물이 동시에 나는 장면이었다. 아아, 그러나 꽃 사진이면 어떻고 강아지 사진이면 어떤가. 사진마다 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것을. 사진으로 글쓰기를 말하고 있는 이 책은 '2022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이다. 사실은 내가 책을 내기도 했던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님이 작가 대신 자기가 사인을 해서 아내에게 준 책이다. 이건 리뷰를 쓰라는 무언의 압력 아닌가. 아니, 뭐 이런 책을 리뷰를 써? 하고 화를 내던 나는 책장을 십 분 정도 넘겨보다가 자세를 바로 잡은 뒤 내리 다 읽어버렸다. 그리고 오늘 새벽에 일어나 책의 리뷰를 쓰고 있다. 늘 그렇듯이 출판사 사장님에게 또 당한 것이다. 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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