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고 한 헛소리
어제 동네 카페 빠뿅에서 술을 마시다가 내가 "죽고 싶다"라고 혼잣말을 한 모양이다. 느닷없는 나의 발언에 아내가 깜짝 놀란 건 당연한 일이었다. 계속해서 왜 죽고 싶으냐 물어보는데 기억이 안 나는 나는 미안하다는 말만 거듭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마침 좋은 안주가 있어 독주를 마시고 싶다고 했더니 아내가 오랜만에 커티삭을 마시라고 했다. 나는 돈이 없으니 3개월 할부로 계산하겠다고 하고 커티삭 한 병을 달라 해서 나 혼자 마셨다. 아내는 종이팩에 든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독주에 술이 오른 내가 그만 헛소리를 지껄인 모양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물어보니 어제 함께 앉아 있던 하나 씨도 놀라고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했다고 한다. 1월 2일 확정 판정을 받은 코로나 19 때문에 일주일간 자가격리를 하면서 좀 심하게 앓았고 바깥출입을 전혀 하지 못한 채 잠도 잘 이루지 못해 새벽이면 깨어 있고 했더니 그게 극도의 스트레스로 이어졌다. 언제나 어깨를 짓누르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금전적 근심이 합쳐져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을 흘렸던 것 같다. 나는 아내에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했다.
아침을 먹고 설거지를 하다 보니 메신저 창에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의 사연이 여섯 개나 와 있었다. "오늘따라 인스타그램 메신저가 많이 들어왔네?" 하고 답장도 하고 브런치로 도서관 자서전 쓰기 특강 제안을 받아 수락하는 메일을 쓰기도 했다. 내가 딴짓을 하는 동안 싱크대 위에 그대로 벌여 놓은 그릇들을 보고 아내가 '=짜증 난다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왜 일을 하다가 마냐는 것이었다. 나는 설거지 도중 급하게 화장실에 가서 대변도 보았고 변기 위에서 브런치로 강연 제안을 받아 답장도 쓰고 하느라 그런 거지 일을 팽개친 건 아니라고 변명을 했지만 아내는 계속 소리를 지르며 나를 야단쳤다. 다시 아내가 명랑해져서 다행이다. 아내는 기분이 좋을 때면 내게 소리를 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