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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Jan 13. 2023

동네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

리사 크론의 『스토리만이 살길』

어제 동네 고양이 서점 책보냥에 가서 리사 크론의 『스토리만이 살길』을 샀다. 아내가 고양이 하로를 괴롭힌 지 너무 오래되었다며 서점으로 가서 하동이 하로와 놀았던 것이다. 그런데 너무 일찍 가는 바람에 그냥 나오기 뭐 하니 '마수걸이'로 책을 한 권 사라고 해서 구입한 것이다. 세계적인 스토리 컨설턴트이자 할리우드에서 시나리오 각색을 돕는 시나리오 컨설턴트로도 일했던 리사 크론은 『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 사람의 뇌가 반응하는 12가지 스토리 법칙』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내가 첫 책에서 인용했던 '인간은 음식 없이 40일, 물 없이 3일을 살 수 있지만 의미 없이 35초를 견디지 못한다고 한다'는 이야기가 바로 이 책에 나온다).


리사 크론은 '스토리만이 살길'의 프롤로그에서 뉴욕의 라과디아 공항에서의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급하게 회의장으로 달려가야 했던 크론은 착륙한 비행기가 게이트로 가지 못하고 공항 한복판에 멈춰 선 걸 알고는 낙담한다. 라과디아 공항이 대대적인 공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상황보다 더 그를 더 괴롭힌 것은 공사판을 느릿느릿 빠져나가는 버스 안에서 무한 반복 재생되던 안내방송이었다. 활기찬 남자 성우의 목소리는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는 취지의 사과 발언을 하더니 이게 다 감수할 만한 고생이라는 설명을 구구절절해대는 것이었다. 크론은 '아, 지금 이 사람들은 우리가 느끼는 기분에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구나'라고 생각한다. 고객이 연결 차편을 놓치든 말든 그 사람들은 오로지 자신의 공사만 중요했던 것이다. 공항 측은 자기들이 바라는 사실을 그대로 전하면 승객들이 알아서 공감하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UX라이팅'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UX라이팅은 '사용자가 앱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탐색할 수 있도록 돕는 메시지'에서 출발했지만 그 의미를 넓혀 보면 소비자가 기업 또는 기관, 관공서 등에서 경험하게 되는 모든 메시지의 총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게 누구의 입장에서 작성되는지에 따라 효과는 천차만별이다. 리사 크론의 말대로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듣는 사람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 말만 하는 사람의 말은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것이다. 말이든 글이든 상대방에게 가 닿아야 의미가 생긴다.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이 왜 지루했던가를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내가 그제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를 들고 네이버 오디오 클립 '파블로를 읽어요'에 출연했을 때 진행자인 김선희 작가도 내 책에서 특히 관심 있게 읽은 부분이  UX라이팅이었다고 했다. 아무래도 올해는  'UX라이팅'에 대한 작은 책을 얼른 한 권 써야겠다. 책을 쓴다는 건 언제나 독자를 위한 일이지만 동시에 나 자신의 생각과 지식을 정리하는 지름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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