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타 스캔들' 보는 고양이

오랜만에 볼 만한 드라마가 나왔습니다

by 편성준

어제 소행성 책쓰기 워크숍 10기 마지막 수업을 끝내고 성북동 '뱃고동낙지쭈꾸미'에 가서 회식을 하고 돌아왔다. 멤버 중 '소맥'을 기가 막히게 마는 분이 계셔서 모두들 즐거워했다. 그분은 주류회사를 오래 다녔던 홍보맨이라 소맥을 잘 말게 되었다고 한다. 내가 신용카드로 계산을 하고 영수증을 찍어 보내자 앞다투어 'n분의 1'을 보내왔다. 글쓰기든 술값이든 민주적인 게 최고다.

집으로 들아와 얼른 TV를 켰다. 새 드라마 《일타 스캔들》을 보기 위해서다. 아내와 나 모두 전도연의 열렬한 팬이므로 이 드라마를 놓칠 수 없었는데 금요일엔 술을 마시고 대학로 시집 서점 '위트 앤 시니컬'에 들러 장석주 박연준 선생에게 인사까지 드리고 오느라 못 봤던 것이다.

TV를 켜니 2회 시작이었다. 아내가 "전도연이 로맨틱 코미디 하면 콧소리 또 장난 아니지."라고 했는데 역시 전도연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드라마는 가볍고도 짜임새가 있었다. 주인공이 일타강사이므로 일단 극본에서도 학원 취재를 많이 한 티가 났다. 정경호의 대사도 그렇고 입시학원 직원들이 주고받는 대화도 억지로 웃기거나 하지 않는 사실감이 있어 듬직했다. 일타강사와 전 핸드볼 국가대표가 반찬가게 도시락으로 얽히는 얘기다. 웃기는 건 순자가 이 드라마를 열심히 본다는 것이다. 나는 어느새 침대에 올라 오도카니 드라마를 보고 있는 순자에게 말을 시켰다.


성준) 야, 넌 무슨 고양이가 TV를 그렇게 열심히 보냐?

순자) 조용히 해라. 오랜만에 전도연 나오는 드라마다.

성준) 사실은 너 정경호 때문에 보는 거지?

순자) 정경호도 좋고...... 그리고 나 이봉련 팬이야.

성준) 이봉련, 정말 유들유들하게 잘하지.

순자) 너도 저렇게 글을 쓰면 금방 출세할 텐데.

성준) 조용히 해라.

순자) 야, 사진 찍지 마.

성준) TV나 봐. 나 신경 쓰지 말고.


2회가 끝나고 아내가 넷플릭스를 틀어 1회를 다시 시청했다. 정경호와 전도연의 어렸을 때 식당 장면에서 자폐 증세가 있는 오의식의 아역이 뚜라미 진희 누나 아들 무정이와 닮았길래 혹시나 하고 카톡으로 물어보니 맞단다. 무정이는 중앙대 연영과를 다녔다. 지금도 다니나? 암튼. 단 한 컷 출연이지만 느낌이 좋았는지 제작사가 다시 일해 보자고 했단다. 너무나 기쁜 일이다. 이 드라마는 주연뿐 아니라 노윤서 김미경 김선영 장영남 오의식 등 조연들도 빵빵하고 찬장 접시 위의 오만 원 짜리나 갑자기 날아든 쇠구슬 등의 미스터리도 있다. 오랜만에 볼 만한 드라마가 하나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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