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들은 어리석다 말하는 순자
때는 2023년 3월 10일 금요일 오후렸다. 날씨도 따땃하고 주말도 다가오니 성북동 소행성 분위기도 화기애애하다. 새벽에 일어난 성준 군은 어제 처리 못한 서울여대 온라인 출석부 수정 때문에 골머리를 앓다가 겨우 방법을 알아내고는 희희낙락 중이다. 혜자 아줌마는 며칠 전에 첫 책을 냈는데 혹시라도 책이 안 팔려 출판사에 피해를 주지 않을까 전전긍긍이고. 야식을 금하고 술도 끊은 주제에 어제 심야에 '은이세끼'에서 나온 떡볶이를 폭풍 흡입하고 잔 것만 봐도 딱 알 수 있다.
어리석은 인간들이다. 그러게 왜 책을 내거나 강의를 하고 난리들인가. 햇볕이 노랗다. 나는 마루문 격자무늬가 만들어낸 노란 마룻바닥에 환장하며 복부를 노출하고 누웠다. 기지개를 켜다가 옆에 있는 간이빨랫대의 다리를 휘감으니 몸이 동그래지는 게 너무 좋다. 한 줌의 햇볕과 한 줌의 로얄캐닌만 있으면 나는 부러울 게 없는 몸이다. 나쓰메 소세키는 일찍이 '신이 인간의 얼굴을 다 똑같이 만들지 못하는 것은 그렇게 할 능력이 없어서 그런 것 아닐까?'라고 의심했다는데(『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은 성준 군이 알려준 이야기다) 내가 보기에 인간들은 생긴 것만 조금씩 다르지 하는 짓은 다 똑같다.
역시 고양이가 최고다. 다음 생에 인간과 고양이 중 뭣으로 태어나고 싶으냐 염라가 물으면 나는 "냐옹!"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말이 필요 없다. 고양이로 태어나는 게 백 배 낫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