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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Feb 25. 2023

토요일 새벽에 나를 만나준 작가들

황현산 선생의 『우물에서 하늘 보기』


토요일 새벽에 황현산 선생이 시에 대해 쓴 글들의 모음 『우물에서 하늘 보기』를 다시 펼쳤다가 최승자와 루쉰과 김종삼, 카뮈를 차례차례 만난다.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 채'로 시작하는 클레멘타인 노래 가사는 원래 금맥을 파는 광부의 딸 이야기인데 소설가 박태원이 1930년대에 어부의 이야기로 번안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새삼 가슴에 새긴다. 김종삼의 「민간인」이라는 시를 읽으니 울음이 샌다. 그리고 스마트폰이나 유튜브 인문학 강연으로 얻는 가짜 기쁨에 속지 말라는 선생의 죽비 같은 문장을, 예전에 쳐 놓은 밑줄 덕분에 다시 만난다.


"책 한 줄 읽지 않고도 모든 것을 아는 우리들은 "산다는 게 이런 것이지" 같은 말을 가장 지혜로운 말로 여기면 살았다. 죄악을 다른 죄악으로 덮으며 산 셈이다. 숨 쉴 때마다 들여다보는 핸드폰이 우리는 연결해주지 않으며, 품팔이 인문학도 막장드라마도 우리의 죄를 씻어주지 않는다. 실천은 지금 이 자리의 실천일 때만 실천이다. 진정한 삶이 이곳에 없다는 말은 이 삶을 포기하자는 말이 아니라, 이 삶을 지금 이 모양으로 놓아둘 수 없다는 말이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에 대한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만난 행운이다. 알고 싶은 것을 알게 되는 즐거움이 월급이라면 모르던 것을 알게 되는 기쁨은 보너스를 받는 것과도 같다. 황현산 선생의 책이 언제나 그렇다. 선생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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