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또 이야기
내가 죽음을 살짝 경험했던 사람에게서 들었는데, 사람이 죽으면 우선 지옥문 앞에 끌려가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 신세 한탄도 좋고 거짓말도 좋은데 일단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렇게 이야기를 시켜봐서 재미의 싹수가 보이면 담당 악마가 그를 데리고 다니며 끓는 기름솥, 고문 도구, 귀신 양성소 같은 데를 구경시켜 주며 어디가 마음에 드는지 묻는다. 즐거운 지옥 생활이 시작되는 것이다.
반면에 이야기가 재미없는 사람은 그냥 천국으로 보내지는데 그건 누구나 두려워하는 결과다. 재밌는 건 다 지옥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천국으로 간 사람들은 처음엔 좋지만 곧 심심해서 죽을 지경이 된다. 하지만 이미 한 번 죽었으므로 또 죽지도 못하고 그냥 지옥 같은 생활을 견딘다. 천사들도 지루한 걸 못 견디는 건 마찬가지라 몇 천 년에 한 번씩 신청 기간이 뜰 때마다 악마로 전직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 말이 없고 비관적인 캐릭터들만 천사로 남아 재미없는 생활을 영위한다.
천국이 너무 심심해서 “여긴 왜 이렇게 지루해요?”라고 물으니 “몰랐어? 여기가 지옥이야.”라고 대답했다던 에피소드가 생각나서 써봤다. 살짝 웃기거나 살짝 한심한 글이 좋은 글이라고, 나는, 아직도 믿고 있다(인스타그램에서‘#편성준작가님‘이라는 자가당착적인 해시태그로 검색을 했다가 발견한 인친의 독후감에 용기를 얻어 쓴 글이기도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