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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Mar 24. 2023

아내는 안해다

공처가의 캘리 겸 책 광고


자신의 기억력이 얼만 형편없는지 알고 싶다면 지금 책상 서랍을 뒤져서  오래된 수첩을 하나 꺼내 보십시오. 저는 오늘 아침 우연히 9년 전에 쓰던 작은 수첩을 하나 꺼냈습니다. 거기엔 '아내는 안해다. 내 안의 태양'이라는 메모가 적혀 있었습니다. 제가 한 얘기는 아니고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대표가 주재하고 사회를 봤던 어떤 정치인의 북토크 겸 강연에서 들었거나 생각난 걸 메모한 것 같습니다.

그때 제 수첩에 적힌 정치인들의 이름들은  다시 보고 싶지 않아서 블러 처리를 했습니다만 분명한 건 제가 2013년에도 지금처럼 아내에 대해서는 한결같은  경외와 공포를 가지고 살았다는 사실입니다. 공처가를 표방했으므로 공포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사실은 사랑과 존경을 말하는 것이겠죠. 아내는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니까요.  

그런 아내가 며칠 전 『부부가 둘 다 잘 먹었습니다』라는 책을 내서 독자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일 년 동안 쓴 밥상 일기를 토대로 만든 책인데 소박하면서도 건강한 식생활과 생각이 들어 있고 문체도 깔끔하고 유머러스해서 잘 읽힌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저는 공처가라 결국 또 아내의 책 얘기를 하게 됩니다. 이럴 땐 공처가인 게 편하기도 하군요. 지금 제 아내의 책을 읽어 주십시오. 이미 읽으셨다면 다른 분께 괜찮은 책이라고 권해 주십시오. 귀찮더라도 인터넷 서점에 가서 짧은 리뷰 남겨 주시면 더욱 고맙고요. 정말 그러면 복 받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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