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병과 이자람, 그리고 성북동소행성
아침에 아내가 "당신 오늘 바쁘지?"라고 묻길래 "응. 내일까지 칼럼 두 개 마감이고 모레 제주대 강연 준비도 해야 해."라고 말했다. 사실은 이번 주 초에 그제 본 다큐멘터리 영화의 리뷰도 써야 한다. 그래도 어젯밤 늦게까지 동네 스터디카페에서 새 책에 들어갈 원고 한 꼭지를 썼는데 마음에 들었다. 글 쓰는 건 참 더디고 까다로운 일이다. 그래도 나는 다른 일보다 이 일이 좋으니 다행이다. 싫은 일을 평생 하며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아내가 며칠 전 불교방송국에 출연했을 때 진행자에게 신청한 곡은 천상병 시인의 시를 노래로 만든 싱어송라이터 이자람의 「나의 가난은」이었다. 그 노래의 첫 구절은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은'은 이다. '한 잔 커피와 갑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값이 남았다는 것'으로 이어지는 노래 구절에서 평생 가난했던 천상병 시인의 소박함과 유머를 느낄 수 있다. 이자람은 로커빌리 스타일의 기타와 보컬로 이런 가사의 맛을 잘 살려냈다. 그러고 보니 아내는 오늘 아침에 내게 한국일보 칼럼 원고의 아이디어를 주기도 했다. 새벽에 침대에 누워 두런두런 나누는 이런 이야기들이 좋은 생각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생각이 비슷한 사람과 사는 것도 행운이다. 오늘은 휴일이지만 이런 행운 두 개를 밑천 삼아 좀 더 힘을 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