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부부의 대화, 또는 부부의 이상한 대화

죽음에 대해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다

by 편성준

어제인 토요일 오후 연극을 보러 나가기 전 아내는 어지럽다며 잠깐만 누워 있겠다고 했다. 20분 정도 달게 자고 일어난 아내가 한결 몸이 개운해졌다고 하면서 잠들기 전 했던 생각에 대해 말했다. "내가 누우면서 그런 생각이 드는 거야. 아, 이러다 영원히 못 깨어날 수도 있으니 어지러울 땐 당신을 불러서 사랑한다고 꼭 말해야지. 우리 엄마도 그렇게 잠깐 누웠다가 못 깨어나셨잖아."


나는 만약 그렇게 죽을 수 있다면 그건 매우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나를 사랑하는 건 잘 알고 있으니 그럴 땐 걱정 말고 그냥 죽음을 맞이하라고 말했다. 당신이 먼저 죽으면 나는 매우 슬퍼할 것이고 나에게는 불행한 일이지만 당신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라고도 말했다. 남편의 죽음을 맞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아내는 알았다고 말하며 웃었다. 아내는 평소에도 오래 살고 싶지 않다고 했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다만 그 시기를 정하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운명임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이상한 부부인가 생각해 보았다. 아니다. 그냥 어떤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사이좋은 부부일 뿐이다. 오늘은 소행성 책쓰기 워크숍이 있는 날인데 죽음학을 연구하고 카운셀링도 하며 '죽음 이야기를 저녁 식탁 위에 올리자'라는 내용의 책을 쓰고 있는 원현정 선생님과 함께 이 이야기를 더 나눠 보아야겠다. 살고 죽는 일에 얽매이지 않는다면 못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살아 있는 동안 즐겁고 떳떳하게 사는 게 최고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서양 속담 중 하나는 '내일 죽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오늘 먹고 마시고 즐기자'다. 나는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하고 싶다. '읽다가 죽더라도 멋져 보일 만한 책을 읽자.' 내가 꾸며낸 얘기 아니다. 진짜로 이런 속담이 있다. Always read the stuff that will make you look good if you die in the middle of it. 음. 결론이 좀 이상하게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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